<기업 ‘해외진출 활성화’ 좌담>“정상외교로 무역장벽 뚫고 프로젝트 수주 지원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수출품목 다변화와 민간 교류 등에 힘입어 최단기간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년 코리아 브랜드 & 한류상품 박람회(KBEE)’에서 현지인들이 한식을 살펴보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참석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위철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박혜린 바이오스마트 대표

[진행]
박민철 경제산업부 차장대우

지난해 중국의 성장둔화, 엔화약세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무역은 최단기간(11월 28일)에 1조 달러를 달성했다. 특히 사상 최대의 무역규모·수출액·무역흑자 등 삼관왕(Triple Crown)도 달성했다. 자유무역협정(FTA) 효과, 중소·중견기업의 약진, 수출품목 다변화 및 기술 고도화, 정상외교를 통한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에 힘입은 것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조성된 경제협력 체제는 한국의 순방국 교역 증대와 우리 수출기업의 비즈니스 기회 창출에 이바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총 81회 정상외교 활동(다자 10회, 양자 71회)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한·중 FTA를 타결하는 등 관세장벽을 인하하는 동시에 한·인도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 합의 등 비관세 무역장벽도 상당수 해결됐다. 지난해 1∼11월 중 순방국에 대한 무역 증가율(5.1%)이 전체 증가율(2.3%)을 웃돌며 무역규모 확대를 견인한 것이다. 이에 문화일보는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경제외교 성과 확산 방안을 짚어보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진행된 좌담회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위철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박혜린 바이오스마트 대표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다양한 무역장벽과 규제로 개별기업 차원에서 성과를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상외교를 포함한 정부·민간 차원의 모든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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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경제외교 필요성에 대해.

△윤상직 장관=해외진출이 갈수록 대규모화되고 분야도 다양화되면서 개별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신흥시장 진출과 관련해 정상 간 결단에 의해 프로젝트 수주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미 합의된 경제협력 프로젝트도 정상외교를 통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야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가 다수다. 아울러 대형 프로젝트 수주뿐만 아니라 수출기반 확충을 위한 필수요건인 FTA도 정상회담이 촉매가 돼 신속히 타결될 수 있음을 이번 정부에서 충분히 입증했다. 또 선진국과의 창조경제협력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고, 세계화와 글로벌밸류체인(GVC) 확산으로 활발한 다자·양자협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외교의 중요성이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강호갑 회장= 지난 2년 동안 모두 68개의 중견기업이 10번의 정상외교 경제사절단에 참여했다. 수차례 순방을 통해 수출실적이 향상되고 현지 회사를 인수하는 등의 상당한 성과도 얻었다. 그중에는 200만 달러가 넘는 수출성과를 달성한 기업도 있고, 현지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앞으로의 성과가 더 기대되는 기업도 있다. 그 외에도 우리 중견기업들이 해외 인지도를 더 높이고 다양한 사업 확장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정상외교의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김위철 사장=중앙아시아는 국가 특성상 민간기업의 독자적인 수주활동에 한계가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외교 노력은 해당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민간기업들에 큰 힘이 됐다.

―최근 2년간 경제외교를 통한 기업의 해외진출 성과는.

△윤 장관=현 정부 출범 이후 중국,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과의 FTA가 신규 타결돼 우리 경제영토가 대폭 확대된 점이다.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의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2012년 55.8%에서 지난해 73.5%로 증가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무역액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2.8% 증가했으나, FTA 발효국을 대상으로는 7.0%(2014년 1∼10월 누계 기준) 늘어 FTA 효과를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정상외교는 188억 달러 규모의 카자흐스탄 발하쉬 화력발전 용량구매계약 등 8개국 18개 총 502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수주에 큰 역할을 했다. 또 인도와의 이중과세방지협정 체결, 미얀마와의 투자보장협정 체결 등 28건의 협정을 통해 우리 기업의 현지진출 애로 해소와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지원했다.

△김 사장=현대엔지니어링은 중동 위주의 해외진출 지역을 다변화하기 위해 지난 2009년 투르크메니스탄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 3개국에 진출, 현재 12개 약 9조 원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유럽 선진사들 및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 지역 추가 수주가 매우 어려웠다. 이런 위기에서 지난 2년간의 중앙아시아 경제외교는 막혀 있는 물꼬를 터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먼저 지난해 6월 우즈베키스탄 순방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총 26억 달러(약 2조9000억 원 규모)의 칸딤 가스처리시설을 신규 수주한 것이다. 가스처리시설 사업은 발주처인 오일메이저와 사업 협의는 완료했으나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승인이 지연돼 수주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국 정상회담 시 본건을 주요 의제로 상정하고 박 대통령이 공식·비공식적으로 수차례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승인을 독려해 조속한 시일 내에 계약을 승인하라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특별지시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같은 기간 투르크메니스탄 정상과의 회담에서도 총 50억 달러 규모의 불가능했던 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박혜린 대표=인도 경제사절단 참가로 신용카드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공장 설립이 빨라졌다. 국제 금융보안 관련 스마트카드 시스템통합(SI)기업인 제말토(Gemalto)사와 합자투자 형태로 인도 현지 신용카드 제조공장 설립을 위한 기본 논의를 마친 상태다. 프리미엄 브랜드 카드는 인도 현지은행에 진출했다. 인도 은행 순위 2위 업체인 ICIC BANK와 프리미엄 브랜드 카드 70만 달러 단독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회사가 중소기업으로 정상 경제사절단에 참가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인도 프리미엄 카드 주요 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다.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이일형 원장=해외진출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에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금액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31%에서 2013년 9%까지 하락했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특정 가치사슬에 특화된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은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중요한 기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 지원기관이 너무 많아 복잡하고 분절화의 폐해가 발생했다. 2012년 시작된 핀란드의 ‘팀핀란드(Team Finland)’는 별도의 기관이 아닌 개별기관들의 네트워크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부처, 지원기관, 관계기관 등 총 72개 기관을 망라해 중복사항을 제거하고 효율성을 최대화한다. 또 해외진출한 중소기업은 현지에서의 각종 정보는 물론 생산요소의 획득조차 상대적으로 어려워 현지진출 우리 기업 간은 물론 현지기업 간 네트워크가 긴요하다. 세계에 산재해 있는 독일 상공회의소는 연평균 10만 건의 사업계약을 중재하며 약 5만 회원사 중 3분의 2가 비독일 기업일 만큼 광범위한 해외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윤 장관=정상외교의 성과를 올해에도 심화·확산시킬 예정이다.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 기순방 지역의 정상을 방한 초청하고, 고위급 협의체 정례 운영 등으로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지속해 지원할 예정이다. 정상 순방 시 체결한 MOU, 현장약속 등의 이행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애로사항 발생 시 적기에 지원해 이행을 촉진할 계획이다.

―최근 타결된 한·중 FTA 활용과 시장진출 방안에 대한 의견은.

△이 원장=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제도를 양자 간 혹은 다자 간 협력을 통해 지속 보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한·중 FTA에 포함된 중국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내 우리 기업 애로 해소 담당 기관 지정 등은 특히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원산지 증명은 물론 각종 통관절차를 간소화하는 인증수출자제도(AEO·Authorized Economic Operator)를 주도하고 확산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우리 중소기업들이 그 자격을 갖추고 AEO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국내 기반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강 회장=신흥국 FTA와 신흥국 정상 방문은 대기업이나 중소·중견기업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정부에서는 이중과세나 투자보장, 또는 근로문제처럼 기업 활동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협상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정부의 이런 노력이 기업에 비즈니스 환경 개선이나 현지에서의 애로사항 해소 같은 것들로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윤 장관=한·중 FTA 활용 제고 및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FTA 플랫폼을 활용,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으로 도약해 우리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촉진하고, 중국으로부터 유망 분야에 대한 투자 유치 및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겠다. 특히 한·중 FTA 수출 활성화를 위해 내년 1분기 안에 무역협회에 ‘China Desk’를 설치하고, 문화산업 공동발전 펀드 조성(총 2000억 원 규모)을 통한 한·중 간 공동 콘텐츠 제작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mindom@munhwa.com 정리=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