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아저씨, 祖孫가정에 月30만원 ‘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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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살며 넉넉지않지만
조부모와 사는 高2학생 도와

2011년 1호 결연가정 시작
최근 252호 가정 ‘결실’
누적금액 14억… 타지역 모범

거리가게에서 붕어빵을 구워 팔아 조손가정 고교생을 돕는 60대 아저씨, 여덟 살 어린이의 피아니스트 꿈을 키워주고 있는 어린이집 원장들….

서울 서대문구가 시행해 오고 있는 ‘100가정 보듬기 사업’이 최근 252호 결연 결실로 이어지면서 같은 지역 내 구성원끼리 서로 보듬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새로운 기부·결연 모델로 다른 자치단체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23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이곳만의 특화사업인 ‘100가정 보듬기’는 도움이 절실하지만 각종 규정과 요건 탓에 공적지원 대상이 되지 못하는 한부모, 조손, 청소년, 다문화, 홀몸노인 가정 등의 자립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한 사업으로 종교단체나 기업, 개인후원자가 저소득 가정들과 결연, 매월 후원금을 지원해 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지난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문석진 구청장이 2011년부터 적극 추진해온 사업으로 그해 1월 1호 가정 결연을 시작해 딱 1년 만에 100번째 가정 결연을 맺었다.

누적 금액만도 현재 14억1000만 원을 넘어설 정도로 지역민들의 뜨거운 호응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252호 결연 결실을 맺은 주인공은 신촌 굴다리에서 붕어빵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김모(62) 씨로, 자신도 노후자금 마련이 필요한 예순이 넘은 나이에 현재 월셋집에 살면서도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이 싫다며 결연가정은 물론 언론과의 만남도 거절했다. 그는 붕어빵을 판 돈으로 내년까지 2년 동안 매월 30만 원씩을 후원하기로 약정했으며, 후원을 받게 된 사람은 올해 고교 2학년이 되는 남학생이다. 다섯살 때부터 한 살 어린 동생을 데리고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지만, 조부모도 기초연금과 일일노동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처지다.

그러나 이 학생은 붕어빵 아저씨의 도움으로 장래 청소년 진로상담분야에서 봉사할 꿈을 키워가고 있다.

지역 내 교회와 어린이집 원장들, 경찰, 자수성가한 사업가 등도 어려운 이웃 보듬기에 나서고 있다. 동네 어린이집 원장들은 미혼모인 엄마가 가출해 외할머니와 살고 있는 여덟 살 어린이의 피아니스트 꿈을 키워주고 있고(250호 결연), 경찰들은 근로능력이 없는 엄마,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김모(19) 양이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2년여간 도움을 줬다(168호 결연).

문석진 구청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주민이 주민을 보듬는 마음이 더욱 절실하다”면서 “결연이 이뤄질 때마다의 행복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