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法’ 스스로 뒤집으려는 서울시

항공권 가족유용 등 사실 확인
‘비리’ 엄격 처벌 강조해놓고
“法적용 일관성 있나” 의구심

‘박원순법(서울시공무원행동강령)’을 스스로 뒤집는 서울시?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에 대한 각종 의혹이 상당수 사실로 드러났지만 서울시에서 재계약 추진을 고수하면서 이른바 ‘박원순법’ 시행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박원순법은 공무원이 수수한 금품·향응 액수가 100만 원을 넘거나 넘지 않더라도 적극 요구했을 경우 파면 또는 해임키로 한 공직사회 혁신방안으로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중이다. 특히 단돈 1000원이라도 받으면 징계한다는 규정 등 처벌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공직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시가 박원순법을 통해 공무원들에겐 엄격한 도덕성을 강조하며 긴장도를 높이면서도 유독 치명적 결함이 발견된 정 감독에겐 관대한 태도로 나오고 있어 법이 일관성 있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정 감독은 지난 23일 서울시 감사관 조사 결과 지난 2006∼2011년까지 지급된 항공권 중 매니저가 사용해야 할 항공권을 2009년 가족이 유용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 시 감사관실로부터 1320만3600원의 반환조치를 통보받았다. 이와 함께 형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다녔던 직원과 처형의 지인을 직원으로 채용한 의혹 등도 사실로 드러나면서 도덕성 논란까지 휩싸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26일 “다른 공무원과는 신분이 다르지만 시가 채용해 서울시향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정 감독 역시 박원순법 적용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입장을 바꿔 공무원이 그와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수위 높은 징계를 받았을 것이라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 감독이 워낙 세계적인 지휘자인 데다가 실제 서울시향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최근 논란과 관련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시가 정 감독을 둘러싼 의혹 결과 발표를 앞두고 1년 계약 연장을 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지만 고액 연봉 등과 관련한 애매한 규정을 바로잡고 올해 안에 3년 재계약을 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태세다. 이를 두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 감독 외엔 대안이 없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영향이 작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서울시가 업무에서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에 대해 전보다 훨씬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적지 않은 결함이 발견된 정 감독만은 유독 봐주기로 나서고 있어 많은 국민들이 시의 처사가 과연 일관성과 형평성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