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없는 교육이 영재 성장 못하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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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키우고 싶다고 물을 많이 주면 식물이 죽는 것처럼 영재교육도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이뤄져야 영재를 잃지 않습니다.”

국내 수학계의 권위자인 조용승(66·사진)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는 2년 전부터 영재 교육에 깊은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평생 수학 연구에만 매진하던 그가 영재교육에 눈을 돌린 것은 천재로 널리 알려진 송유근(18) 군을 제자로 받아들이면서부터. 송 군은 9세이던 2006년 인하대 자연과학계열에 합격하며 국내 최연소 대학생이 된 영재로, 초등학교 6학년 나이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 진학해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고, 약 2년 전부터는 조 교수 아래서 수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조 교수는 1주일에 두 차례 송 군을 만나 개인지도를 하고 있다.

조 교수는 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반인들은 영재가 뭐든지 빨리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다 아는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은 영재들에게 큰 부담을 줘 진짜 영재로 성장할 수 없게 만든다”며 “유근이가 이 같은 부담 때문에 한때 많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가 생각하는 체계적인 영재 교육 시스템의 핵심은 역시 창의력 교육이다. 그는 “미국 브랜다이스대에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칠 당시 미국 학생들은 독특한 생각으로 서로 다른 답을 내놨었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답을 찾는 창의력 교육이 선행돼야 더 많은 영재를 육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학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초과학 학문이지만 그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에 수학 연구의 기반이 거의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1975년 충북대 수학과 조교수로 부임한 이후 미국 브랜다이스대, 경북대를 거쳐 1989년 이화여대까지 40년간 수학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이달 말 정년퇴임 하는 그는 수많은 연구 업적 중 세상의 기본 단위를 1차원의 끈으로 가정한 ‘끈 이론’(String Theory)을 바탕으로 우주의 탄생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첫손에 꼽았다. 같은 학교 과학교육과 홍순태 교수와 10년간의 연구 끝에 2011년 공동 발표한 이 연구 결과는 미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피지컬 리뷰 D’(Physical Review D)에 실렸고, 당시 한국과학기술분야 10대 뉴스로 선정됐다.

조 교수는 퇴임 후 수학연구와 함께 영재대학 등 체계적인 영재교육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