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乙의 하소연’ 2873건…프랜차이즈 본사의 ‘甲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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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업종은 전 연령에 걸쳐서 비교적 쉬운 창업수단으로 각광받아 왔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계약을 맺고 가맹비를 비롯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가맹점이 되면 본사가 시장에서 검증된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사업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하고 프랜차이즈 업종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안정적인 매출의 기대 이면엔 가맹점주들을 노리는 본사의 ‘갑질’이 만연해있다.

문화일보는 지난 2011년 7월 프랜차이즈 업계에 만연해 있는 본사의 가맹점주 대상 ‘갑질’ 사례를 보도하며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횡포를 부리는 가맹본사와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문화일보 2011년 7월 7일자 18면 참조) 보도 후 국회에서 프랜차이즈 업계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는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발의됐고, ‘갑질’을 일삼은 주체로 지목된 일부 가맹본사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는 등 홍역을 치렀다.

보도 후 4년여가 되어가는 지금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개선되고 시장질서가 매끄럽게 유지되고 있을까? 정답은 아니었다. 가맹본사의 횡포에 피해를 보았다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피해접수 건수는 최근 5년간 2000건을 넘었으며 본사와 법적 공방까지 벌이고 있는 가맹점주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이와 함께 시장의 불공정거래를 감시하고 엄단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마저도 본사의 횡포를 신고해온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등 소극적 대응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5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골프존 가맹점주들로 구성되어 있는 전국 골프존 사업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자신들을 대상으로 한 골프존의 갑질을 비난하며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고, 골프존 측은 법적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2000년에 설립된 골프존은 국내에 5000여 개 매장을 거래처로 두고 있는 상장법인으로 시장점유율이 90%에 육박하고 있다. 한때 스크린 골프 열풍이 불면서 가맹점들도 급격히 늘어났지만 이제는 과포화로 인해 점포별 수익률이 줄어들면서 지난 2013년부터 본사와 점주들 간 인터넷 프로그램 운영과 수수료 문제 등을 놓고 마찰이 시작됐다. 골프존은 골프시뮬레이터 개발 및 제조업체로 분류돼 있고, 지난 2011년 서울고등법원은 “골프존이 가맹사업 성립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프랜차이즈로 볼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때문에 프랜차이즈 사업자가 아니지만, 점주들은 골프존이 사실상 프랜차이즈 사업자임에도 꼼수를 부려 법망을 빠져나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골프존 가맹점들은 본사가 제공하는 인터넷 프로그램 없이는 장비를 사용할 수 없고 기술 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분 아래 사후수리(AS) 비용 내역을 볼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사양이 높아질 때마다 그 비용을 점주들이 부담했다. 더욱이 골프게임 중간에 나오는 광고의 광고료를 받지 못했고, 골프존 측이 무료 코스를 없앤 대신 지속적으로 수수료를 받아가 부담이 가중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골프존은 최근 비대위 위원장 등 집행부 3명을 상대로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다.

회사 측은 “비대위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골프존 서울타워와 대전 유성구 도룡동 골프존 조이마루에서 시위를 벌여 업무를 방해받았다”며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수용하기 어려운 추가 동반성장방안을 발표했지만, 일부 사업주들이 원가공개, 기계판매 금지 등 조건없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 사천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여·29) 씨 자매도 지난 2012년 한 문구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다 본사의 갑질로 1년 만에 폐업 후 법적대응에 나섰다. 당시 사회초년생들이었던 이 씨 자매는 지인으로부터 문구점업이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1억3000여만 원을 투자해 프랜차이즈 문구점을 냈다. 하지만 이후부터 가맹계약서에 없던 초도상품비와 매출집계 장비 비용이 청구됐고, 이 씨가 “가맹계약서에 그런 내용이 없다”고 비용 지급을 거부하자 제품공급이 갑자기 끊겼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반품이 100% 가능하다’던 사전 설명과는 달리 본사는 반품도 거부했고, 가맹계약서엔 가맹본사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장학회에 비용출연을 의무화하는 조항도 삽입되어 있었다. 이 씨는 이 같은 본사의 갑질 때문에 설립 1년 만에 폐업하고 2013년 11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내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규제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이 씨는 “한국 공정거래조정원은 피해신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려고 하지 않고 본사와 합의할 것을 종용해 12월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일한 건으로 민원을 넣었다”며 “하지만 믿고 있던 공정위조차 7개월간 시간을 끌다 일부 반품 금액을 받고 합의하라고 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종 어디나 초도물량이라는 것은 있으며 이때의 비용이 정산되지 않아 비용 지불을 독촉한 적은 있다”면서도 “반품의 경우 이 씨가 본사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택배반송을 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며 장학회에 비용을 출연하는 건 선택사항으로 강요는 없었다”고 밝혔다.

암울하게도 가맹본사의 갑질로 인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갈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공정위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최근 5년간(2010년∼2014년 11월) 가맹사업거래 분쟁건수는 2873건에 이른다.

노기섭·박민철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