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하는 명절>영화 개봉·노벨상 수상·신작 출간 … 그 작가의 고전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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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스테디셀러. 아이러니한 표현이다. 고전이라는 것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읽히는 책이니 고전이야말로 스테디셀러 중의 스테디셀러, 스테디셀러의 결정판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세계문학 고전들은 대부분 베스트셀러 순위에 잡히지 않는 수준에서 꾸준히 팔리다 어떤 계기가 있을 때 순식간에 치고 올라온다는 점이다.

그 계기란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상영된다거나, 작가가 노벨상 등 주요 상을 수상하거나 그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서 그의 대표작인 오랜 스테디셀러가 다시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 경우다. 새로운 동인으로 새로운 세대에게 노출되고, 젊은 독자들을 새로 만들어 ‘고전’의 위치를 한층 더 다지게 된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통해 본 지난 10여 년간 ‘세계문학 고전’의 등락도 마찬가지다.

2006년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가장 인기를 끈 작품이었다. 이유는?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 ‘오만과 편견’이 그해 3월 개봉된 결과다. 바통을 이어받은 작품은 조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다. 이는 2008, 2009년 종합 순위 20위권 안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이 역시 2008년 11월에 개봉한 줄리언 무어, 마크 러팔로 주연의 동명 영화 때문이다.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않았지만 원작 소설은 뜨거운 호응을 받았는데, 원인불명의 실명이 전염병처럼 익명의 도시를 휩쓴다는 설정이 충격적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이어 2012년 김정운 당시 명지대 교수가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사표를 내던진 사건으로 카잔차키스의 이 작품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2013년에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동명 영화의 개봉에 힘입어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종합 50위권에 올랐다. 이와 함께 지난해 파트리크 모디아노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그의 대표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특수를 누렸다.

가장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고전은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이는 쿤데라가 14년 만에 내놓은 신작 ‘무의미의 축제’가 출간되면서, 국내에 넓게 자리 잡고 있는 쿤데라 팬들이 그의 작품을 새로 꺼내 든 결과로 보인다. 한편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하고 있는 민음사에 따르면 이 같은 등락에도 불구하고, ‘세계문학 전집’ 중 가장 꾸준하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은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전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