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비지원’ 한계…‘일·가정 양립’‘경력단절 해소’가 필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저학력·저소득층에서만
양육비지원 제한적 효과
출산 따른 경력 단절 등
기회비용 절감대책 필요

보육예산 60% 영유아 한정

근로시간단축지원 34억 등
일·가정 양립예산은 부족

무상보육 등 보육료 지원은 현재 대한민국 여성의 실제 출산 행태 혹은 출산 의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정부는 저출산 예산의 상당수를 보육료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24일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보육료 지원이 저출산을 해소하는 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연구는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2009년 전국보육실태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서도 정부의 보육료 지원이 출산 의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보여준 바 있으며, 2011년의 연구에서도 양육 수당이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정부의 다양한 출산율 제고 정책 중 최근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영유아보육 교육비 지원 제도, 이른바 ‘무상보육’이 출산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인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연구결과 여성들이 출산을 결정할 때 양육비용이 끼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나마 저학력 저소득층의 경우에만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의 보육지원 예산은 지난 20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보육예산만 보면 1990년 136억 원에서 2013년 4조1000억 원으로 연평균 25%씩 증가했다. 2013년에는 무상보육이 전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예산이 크게 늘었다. 전체 보육예산의 60%가 영유아보육료 지원금이다. 2013년에만 2조5900억 원이 사용됐다. 상대적으로 정부 예산이 보육 환경 등에는 사용되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의 저출산 예산 전체를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저출산 사업 예산은 8조7866억 원인데, 이 중 5조935억 원이 보육교육비 지원 확대에 쓰였으며, 양육수당 지원 확대에도 1조8870억 원이 사용됐다. 교육부의 2014년 저출산 예산 4조1913억 원 중에서도 만 3∼5세 누리과정 지원에 3조4169억 원이 사용됐다.

하지만 일·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예산은 극히 적었다. 고용노동부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이용 여건 조성’에는 2014년 34억 원이 사용되는 데 그쳤다. 또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직장 조성을 위한 지원체계 운영’도 같은 해 12억 원을 사용하는 데 그쳤으며, 이 사업조차도 가족친화기업을 인증하는 데 머물렀다.

이 같은 사업에 투입하는 정부의 저출산 예산은 2006년 2조1445억 원에서 2014년에는 14조8927억 원으로 증가해 9년간 66조5637억 원까지 늘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경쟁적으로 무상보육 등을 도입해 생색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김은설 육아정책연구소 육아정책연구실장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부의 시책은 단순히 영유아기 직접비용에 대한 지원책을 넘어서서 아동기 및 청소년기 양육비용을 실질적으로 보조해줄 수 있는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또 잠재적 부모가 출산을 선택함으로써 직면하게 되는 노동시장에서의 경력단절 등으로 인한 기회비용의 발생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들이 함께 패키지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