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평창 지원 당부에 기업들 눈치보며 속앓이… 일각선 “準조세 아니냐”

재계 총수들이 24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오찬 대접’을 받은 이후 적지 않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 주문에 이어 문화·체육 부문 지원 독려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오찬에는 문화·체육 분야 활성화를 위해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과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을 지원해온 대기업 대표·총수 21명이 초청됐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러 차례 “기업인 여러분들이 문화예술 분야의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광양과 포항에 문화 인프라를 구축해 지역문화 활성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고, 조현상 효성그룹 부사장은 “탄소를 이용한 전통악기 개발에 관심을 갖고 지원 중”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황창규 KT 회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메세나협회장), 손경식 CJ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기업들의 스폰서십 지원도 당부했고, 기업인들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8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공식 후원계약을 2020년까지 연장한 만큼 평창동계올림픽에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범 한화그룹 사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최대한 지원할 것이며,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비슷한 규모의 기업들이 어느 정도 지원할 계획인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면서 “많아도 탈, 적어도 탈이 나는 세상이라 결정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그룹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각종 기업부담이 가중되는데 또 다른 형태의 ‘준조세’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