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구자욱, 알고보니 구상 시인의 종증손

본보 인터뷰서 처음으로 밝혀
“어릴적 자주 식사도 했었죠”
훈남 외모에 실력 갖춰 인기

올해 한국 프로야구 스프링캠프의 최고 ‘히트 상품’ 구자욱(22·삼성)이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주요한 문인으로 꼽혀온 구상(1919∼2004) 시인의 종증손자(형제의 증손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구자욱은 일본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구상 시인이 제 증조할아버지의 형님”이라며 “종증조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저는 꼬마였지만, 식사도 같이 하고 자주 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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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시인은 구자욱이 11세 때 세상을 떠났다. 문인(文人) 집안에서 프로 선수가 나오는 건 우리나라에서 거의 보기 어려웠다.

구자욱은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대구로 오시고, 또 우리 가족이 서울로 올라가 찾아뵙기도 했다”며 “학교 다닐 때는 학생들 읽으라고 정문에 걸어놓은 시를 보니 종증조부 작품이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가 된 뒤에도 이 같은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그는 “팀에서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아직 좋은 선수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굳이 알릴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할아버지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게 항상 겸손한 자세로 행동을 조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아직 KBO 리그(1군) 경력은 없지만 189㎝ 큰 키에 훤칠한 외모로 벌써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구자욱과 부모는 이를 반기지 않는다. 실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무의미하다는 생각. 구자욱은 “여성 팬도 없고, 여자 친구도 없다”며 “운동에 전념해야 할 시기이고, 연애는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소망대로 그는 올해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실력으로도 주목받게 됐다. 9차례 연습경기에서 타율 0.474와 2홈런, 4도루를 기록하며 류중일(52) 감독이 꼽은 캠프 최우수선수가 됐다.

청소년대표 출신 구자욱은 지난해에는 상무 소속으로 KBO 퓨처스 리그(2군) 남부리그 타격왕(타율 0.357)과 도루 3위(27개)를 차지한 ‘준비된 유망주’다.

구자욱의 ‘롤 모델’은 팀 선배 이승엽(39). 그는 “이미 최고인데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고, 계속 본받아야 할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거나 배울 점이 있다고 느끼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메이저리그에는 특별히 없다”며 “내게는 이승엽 선배가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구자욱은 원래 3루수지만, 삼성의 두터운 선수층 탓에 전지훈련에서 1루수 겸 외야수로 옮겼다. 지난해 말 무릎 수술을 받은 1루수 채태인(33)이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라, 오는 7일 시작하는 시범경기에서 구자욱이 출전 기회를 잡을 전망. 구자욱은 “상무에서도 1루수, 외야수를 해 봐서 부담은 없다”며 “팀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잘 수행해서 1군에 잔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故 구상 시인은…

언론인·종군작가 활동 한국 현대시에 큰 족적

본명은 구상준(具常浚). 언론인이자 시인이다. 서울 출신이지만 함경남도 원산에서 자랐다. 일본 니혼(日本)대학 종교과를 졸업했고, 1947년 해방정국에서 원산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동인지에 발표한 작품이 반사회주의적이라는 이유로 반동작가로 비판받자 월남했다.

6·25전쟁 종군작가단에 부단장으로 참가했다. 영남일보, 경향신문, 가톨릭신문 등의 편집국장 및 논설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서울대 등에서 강의했다. 만년까지 시 작업은 물론 신문에 칼럼을 활발하게 썼다. 그가 운명했을 때 장례미사를 김수환 추기경이 집전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초토의 시’(1956) ‘밭 일기’(1967)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