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防産 비리로 추락한 장군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세동 / 사회부 차장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뒤 현재까지 예비역 장성 5명과 영관급 장교 11명(현역 4명), 방위사업청 공무원 2명, 방위산업체 관계자 6명 등 모두 24명(구속 기소 16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중 장성 출신 5명은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대장·구속),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중장·불구속), 천기광 전 공군참모차장(중장·구속), 이모 전 해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 차장(준장·구속) 등이다. 지난 9일 뒤늦게 구속된 임모 전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소장)과 12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모 전 공군준장까지 포함하면 사법처리 된 예비역 장성은 7명이다.

전투기 정비업체가 243억 원의 허위 정비대금을 받아 챙기는 데 연루된 천 전 중장과,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의 500억 원대 전자전훈련장비 납품사기에 연루된 권 전 준장을 제외하면 5명의 비리연루 장성은 전부 해군 출신이고, 단연 정옥근 전 해참총장이 눈에 띈다. 이번에 기소된 예비역 장성 중 가장 계급이 높은 정 전 총장은, 전역 후 방산업체에 취직해 현직들에게 로비한 6명의 예비역 장성들과 달리 해군 최고지휘관으로 재직하던 당시에 유도탄 고속함 디젤엔진(735억 원)·차기 호위함 디젤엔진(70억 원) 등의 납품 편의제공 대가로 STX그룹으로부터 7억7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해군 정보함 통신·전자정보 수집장비(230억 원) 납품업체를 독일 A사로 선정해 주는 대가로 이모 전 준장으로부터 6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해사 4년 선배인 윤연 당시 STX조선해양㈜ 사외이사를 통해 강덕수 STX회장에게 자신의 아들 회사에 10억 원을 입금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STX그룹 실무자들의 반대로 입금이 늦어지자 “해군참모총장인 내가 직접 얘기했는데 STX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사업을 할 생각이 있습니까”라고 현역 때 자신의 상관이었지만 을(乙)이 된 윤 전 중장에게 노골적으로 독촉했다고 한다. 요구한 돈을 주지 않으면 해군 함정 획득사업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을 대놓고 한 것이다.

6만5000여 해군(해병대 포함) 장병 중 최고 선임이며 대한민국 군 서열 3위(1위 합참의장, 2위 육군참모총장)인 정 전 총장이 뇌물을 받고 특정업체에 납품 특혜를 준 막장드라마는 우리를 참담하게 만든다. 군 최고지휘관이 ‘기껏’ 6000만 원 먹자고 수백억 원짜리 장비 선정에 특혜를 주면 성능이 떨어지는 불량품이 납품돼 수천억 원짜리 최신 군함이 유사 시 무용지물이 될 위험이 있다. 그는 전쟁이 발발하면 불량 부품을 장착한 군함에 생때같은 부하들을 태우고 전투를 지휘할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전쟁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일까. 국가안보와 군인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방산비리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군사법원은 합수단 출범 후 구속된 현역 군인 5명 중 4명을 석방, 방산비리 척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적행위’라고까지 규정하며 당부한 방산비리 근절에 딴지를 거는 모양새다. 차제에 군사법원과 군검찰을 지휘관의 관할에서 떼 내는 개혁작업도 추진해야 한다.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