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5주년>“일부선 아직 조작설 주장 ‘슬픈 현실’ 이념대결 소모적 논쟁 이제는 끝내야”

평택 서해수호관 르포

“천안함에 대한 설명에 앞서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46명 천안함 장병들과 고 한주호 준위를 위해 잠시 묵념하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5주기(3월 26일)를 일주일 앞둔 지난 18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면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서해수호관에 보존된 천안함 선체 앞에는 앳된 얼굴의 학생 20여 명이 고개를 숙여 희생 장병들을 위해 묵념했다. 두 동강이 난 선체는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학생들은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희생 장병들의 넋을 위로했다. 부대에 처음 들어섰을 때 보이던 장난기 어린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선체를 돌며 질문하는 모습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안효진(18) 양은 “나라를 위해 애쓰다 돌아가신 군인 아저씨들을 생각하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면서 “직접 와서 천안함을 보니 아저씨들에게 더욱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정윤수(18) 군은 “피격 당시 배 안에 있던 장병들이 느꼈을 공포감이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면서 “이분들 덕분에 우리가 편히 공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재(18) 군도 “몇 년 뒤면 입대를 해야 하기 때문인지 더욱 와 닿는 부분들이 있다”면서 “다시 한 번 애국심을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서해수호관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희생 장병들을 기리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천안함의 함번호 ‘PCC-772’는 사라졌지만, 도발에 대한 단호한 응징을 의미하는 ‘천안함 정신’을 확인하려는 발걸음이다. 강원 강릉시의 한 마을에서는 50여 명 주민들이 서해수호관을 찾았다. 박도근(73) 할아버지는 “천안함이 가라앉은 데 대해 여전히 다른 의혹과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장병들의 명예는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직 장병들의 유족 인터뷰를 담은 영상을 시청할 때는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렸다. 2함대 사령부에 따르면 추모객은 2010년 5월 이후 현재까지 85만1400여 명으로 집계됐다. 김록현 서해수호관장은 “지난해의 경우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추모객 수가 급격히 줄었지만 9월부터 다시 방문객이 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와 원로들은 시간이 갈수록 천안함 폭침에 대한 기억과 관심이 줄어드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특히 5년 동안 이어진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남남갈등이 끊이지 않은 데 대해 “소모적 논쟁을 중단할 때”라고 강조했다. 손병두 한국선진화포럼 회장은 “지금도 여전히 천안함 사건에 대해 조작설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슬픈 현실”이라면서 “이번 5주기를 계기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국민 갈등을 끝내고 단결·단합해 국가 안보를 지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제2연평해전 등에 대한 추모행사를 합동으로 진행한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선 우려가 많았다. 권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규정을 고쳐서라도 따로 추모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평택=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