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복지增稅, 연금자산 확충으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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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호 / 경희대 교수·경영학

지금 우리 경제는 복지와의 전쟁을 힘겹게 치르고 있다. 주는 복지, 그저 받는 복지의 지속 가능성이 연말정산 파동으로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사회 안전망이 낮은 나라에서 경제적 대비 없는 노후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다.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쉼 없이 달려온 우리의 산업 역군들이 무장 해제된 상태에서 빈곤과 외로움의 수렁 속으로 추락한 결과다.

우리 사회의 50%에 가까운 노인이 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으며, 앞으로 고령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더욱 늘어날 것이다. 고령화 문제는 30년 앞을 내다보고 치밀하게 재원을 조달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사안인데, 이번 정부의 연말정산 파동은 큰 실망을 주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조세정책은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이 지적한 바와 같이 국가 복지 자산을 확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근로기간에 연금 자산 확충을 유인하는 조세정책은 복지 예산의 절감 효과가 있다. 복지로 인한 정부 재정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연금저축, 보장성보험, 기부금 등에 적용돼 왔던 소득공제는 세액공제로 바뀌었고, 다자녀 가정을 지원하던 정부 재정 지원은 대폭 줄었다. 정부의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큰 그림과 정부 곳간을 담당하는 금고지기의 셈법이 서로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하는 의아심을 갖게 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정책의 엇박자는 장기 정책 효과에 대한 확신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독일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은 2001년 소득수준, 자녀 수 등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연금 자산 확충 운동을 폈다. 이를 통해 공적연금의 지출은 줄어들었고, 정부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9%에서 1.3%로 감소했다. 또한 금융위기가 확산되던 2008년에 독일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super-aged)가 됐지만 오히려 국가경쟁력이 상승하는 발판이 됐다. 연금 자산을 마련한 은퇴자가 내수시장 활성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 문제를 연금 자산 확충 운동으로 해소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성공적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이와는 정반대로 우리는 1994년부터 도입돼 스스로 연금 자산을 확충하도록 유도해온 연금 관련 조세 혜택을 최근 축소했다. 이처럼 금융 소비자의 합리적 기대에 어긋나는 정책은 국민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 실제로, 은퇴자의 지갑이 두둑해야 소비가 활성화되고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는 장기적 경제 효과를 정부 스스로 포기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가에 국민의 노후를 전부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발적인 노후 준비조차 도와주지 않는다면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상당수 국민은 힘겨운 노후를 보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독일의 성공 사례처럼 소득 계층별로 세제 혜택 범위를 차등적으로 확대 적용함과 동시에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연금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민 누구나 연금 자산의 조성 및 확대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명확한 결실을 거둘 것이다.

정부 재정,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면 고령화 문제에 완전한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대응의 강도와 속도에 따라 문제의 심각성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바로 지금 미래를 대비하는 정책적 확신과 혜안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