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사이즈 모델의 항변… “난 그저 모델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플러스 사이즈를 없애자’는 운동을 위해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자신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옷을 입은 채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드롭더플러스 단체 제공

濠 모델 페라리오 SNS 글 이후 ‘플러스 사이즈 없애자’ 운동 열풍

“내가 보기에는 완벽한 몸매의 소유자가 ‘플러스 사이즈(plus size) 모델’로 불리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지난 3월 26일 호주의 TV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에이제이 로체스터(여·46)는 호주 모델인 스테파니아 페라리오 사진을 봤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전했다. 호주 출신 플러스 사이즈 모델인 페라리오는 지난 2월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복부에 ‘나는 모델이다(I Am A Model)’라는 문구를 적은 나체 사진을 공개하며 “나는 10(약 66) 사이즈인데 항상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불렸다”고 언급하며 “마른 몸매가 아니면 ‘플러스’로 구분해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패션 업계의 관행이 변해야 한다. 나는 그저 ‘모델’이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은 14일 기준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플러스 사이즈’ 모델인 호주 출신 스테파니아 페라리오가 지난 2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으로 ‘당신 몸의 곡선을 사랑하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플러스 사이즈를 없애자’는 운동을 알리고 있다. 스테파니아 페라리오 인스타그램

13일 BBC는 온·오프라인 상에서 불고 있는 ‘플러스 사이즈를 없애자(#DropThePlus)’ 운동 열풍에 대해 보도했다. 이 운동은 내용 그대로 패션 산업에서 모델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는 ‘플러스 사이즈’라는 표현을 없애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 3일 프랑스 하원에서 지나치게 체질량 지수가 낮은 ‘말라깽이’ 모델을 쓰거나, 모델들에게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강요할 경우 벌금을 물게 한다는 방침과도 유사하다. 미국이나 호주는 4(약 44반) 사이즈 이상이면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분류하고 있다.

로체스터는 “패션 업계에서 흔히 쓰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라는 표현은 매우 마른 몸매를 정상으로 간주하고 그 범위를 벗어나면 비정상이자 낮은 등급의 몸매로 여기는 인식을 담고 있다”며 “미디어를 통해 이와 같은 표현이 확대·재생산되면서 성인 여성들은 물론, 청소년들에게 매우 위험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녀가 ‘플러스 사이즈를 없애자’ 운동을 주도적으로 전개하게 된 계기다.

로체스터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지난 5년간 섭식장애 반대 캠페인 홍보대사로 일하며 수많은 섭식장애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들이 섭식장애를 겪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미디어 속에 비친 여성 모델들의 몸매가 자신들보다 훨씬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플러스 사이즈’로 불리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모델 페라리오와 함께 ‘플러스 사이즈를 없애자’ 운동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만 해당 해시태그를 달고 올린 게시글이 1200여 개에 달하며, 많은 여성이 자신의 몸매가 그대로 노출된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평생 다이어트를 하며 섭식장애를 겪었는데 이제는 내 몸의 ‘굴곡’을 긍정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과 크기를 가지는 게 당연하다”고 전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