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두 여자 “19금 아슬아슬 피해 ‘신음’… 더 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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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전에 난장(亂場)을 벌여야지.’ 그들은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창작의 원천은 동화였다. 그러다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2012∼2013)를 보다가 “이거다!” 외쳤다. 충무아트홀 중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난쟁이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 창작과 동기인 이지현(33·사진 오른쪽) 작가와 황미나(30·왼쪽) 작곡가. 마지막 ‘놀이’가 2014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중극장 무대까지 올랐다. 개막 전 ‘끼리끼리 송’을 공개해 기대감을 높인 공연은 정력 좋은 남자만 찾는 백설공주, 이혼한 신데렐라 등 파격적인 캐릭터로도 화제가 됐다. 여기에, 돌직구 대사와 19금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15금 ‘신음’까지. ‘발칙한’ 뮤지컬을 만든 ‘발칙한’ 두 여자를 최근 서울 흥인동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지현 언니는 학교 다닐 때부터 작품마다 야한 냄새가 났어요. 제 남자 친구가 공연을 보자마자 ‘음, 역시 지현 누나야’ 했다니까요, 하하.”(황) “원래는 그림자와 음악으로 베드신을 표현했는데, 신음보다 사실 그게 더 야했어요. 그러니까 미나는 제 욕망을 이해해 준 유일한 작곡가죠.”(이)

동화를 과감하게 비튼 ‘난쟁이들’ 속 주인공들은 동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를 지녔지만, 친근하다. 물질 만능주의와 외모 지상주의를 견디며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대사 덕.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이혼한 신데렐라는 “걔 완전 가난했었어”라며 과거를 회상하고, 백설공주는 인어공주에게 “남자에게는 주는 게 아냐. 후려쳐서 얻는 거야”라고 조언한다. “‘청담동 앨리스’라는 드라마, 되게 웃겼잖아요. 그런데 주인공을 보면 엄청 진지해요. ‘난쟁이들’ 극을 쓰면서 공감이 가더라고요. 타인에겐 우습지만, 개인에겐 엄청 진중한 게 욕망이죠. 그걸 극대화해 보여주고 싶었어요.”(이)

김동연이라는 유능한 연출자의 손을 거쳤지만, 졸업작품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우울증 환자에 가까웠던 인어공주가 어리바리한 순정파가 된 것 외엔. 남자 배우가 연기해 인기를 얻은 ‘골초’ 신데렐라도 황미나 작곡가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됐다. “전체 극의 톤을 조절하기 위해, 소위 ‘한 방’ 있는 음악이 들어가지 못한 건 아쉬워요. 작곡가로서 저도 힘 있는 넘버에 욕심이 나지만…. ‘함께’ 일한다는 게 뭔지 알았어요.”(황)

졸업 작품으로 프로에 데뷔하고, 이슈 몰이까지 하는 기분은 어떨까. “관객 리뷰나 기사 댓글을 읽으며 실감을 해요. ‘중구(충무아트홀 운영) 세금이 아깝다’는 악플에 잠도 설쳤는데, 요즘엔 뜸해요. 섭섭하네.”(이)

사진을 찍자고 하자 두 사람은 극 중 왕자1·2·3이 ‘끼리끼리 송’을 부르며 추는 ‘뜨그덕’ 춤 포즈를 취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라고. “삶이 초라해지는 순간에 이 자세, 효과 있어요. 가벼워지라는 거죠.”(웃음)

글·사진 =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