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일 동맹 강화를 常數로 보고 外交전략 다시 짜야

전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이 26일 시작됐다. 아베 총리는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오는 29일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할 예정이며, 이를 앞두고 미국 백악관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서 일본이 중심”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미를 계기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중심축이 일본에 있음을 분명히하고, 양국의 군사 협력이 양적·질적으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등 미·일 동맹이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 아베 총리는 군사동맹과 경제동맹의 양 축인 안보협력지침 개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란 선물을 들고 갔다.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나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은 미국에 의존하는 구조로서 미군을 보호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일본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회원으로 가입하지 않는 등 미국과 의리를 끝까지 지켰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에 비해 과거사를 중심으로 미국을 통해 일본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한 한국의 외교(外交)는 실패했다. 지난 22일 시진핑 중국 주석은 반둥회의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아베 총리와 만나, 일본의 AIIB 참여를 권유했다. 중국이 일본에 AIIB 수석부총재를 제안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중·일은 AIIB를 축으로 서로 실리외교를 펼치고 있다. 한국은 AIIB 가입을 자화자찬했지만 자칫 닭 쫓던 개 처지가 될 수도 있다. 또 ‘침략’을 언급하며 아시아 국가들을 달래면서 ‘식민지 지배’는 빼 한국만 배제한 전술에도 밀렸다.

아베는 “일본이 미국과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세계를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비전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과의 미래 비전은 얘기하지 않으면서, 과거사 문제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했다. 이 모습은 미국에 ‘판 깨기’로 비치고 있다. 이제 미·일 동맹의 강화는 상수(常數)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설득, 일본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은 현실적일 수 없다. 과거사는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한·미·일 삼각 공조 속에서 일본과의 안보·경제 문제를 푸는 방향으로 외교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외교팀 쇄신도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한·미 관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