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성공에 대한 일그러진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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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야 한다는 말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MBC 주말특별기획드라마 ‘여왕의 꽃’에는 성공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아원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성장한 레나정(김성령)은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채 배신당한 뒤부터 다시는 짓밟히지 않기 위해 무슨 짓을 해서라도 갖고 싶은 것은 모두 갖고 말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여자다.

하지만 그녀는 성공의 문턱에서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한다. 스타 셰프이자 최고의 방송진행자로 최정상에 오르기 직전, 과거를 폭로하겠다는 인터넷 ‘찌라시’ 기자 김도신(조한철)의 협박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시상식이 진행되는 중에 레나정을 불러낸 그는 성공한 친구의 덕을 보자고 공갈협박하며 레나정과 몸싸움을 하다가 시공 중인 건물에서 떨어져 죽는다. 아무도 목격한 사람이 없다고 자신을 다독이며 현장을 벗어나 시상식장으로 돌아온 레나정은 수상 직전 김도신의 번호로 보내진, ‘살인자’라는 메시지를 받고 공포에 시달리다가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다. 대한민국 방송문화대상 MC부문 대상을 수상한 뒤 강이솔(이성경)에게 MC 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는 것이다.

애써 움켜잡은 성공을 잃을까 봐 노심초사하던 레나정이 미필적 고의에 의해 살인을 저지르고,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위기 상황으로 시작해 그녀가 1년 전으로 돌아가는 도입부는 대단히 강렬했다. 레나정이 몰락해야 자신의 욕망을 이룰 수 있는 또 한 명의 여자 마희라(김미숙)가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했다는 상황도 앞으로 전개될 사건에 긴장감을 더하면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마희라 역시 부친의 사업 실패로 약혼자에게 버림받고 돈의 위력을 절감한 뒤 나이 많은 TNC그룹 회장 박태수(장용)의 후처로 들어가 표리부동하게 살아가는 여자다. 그녀는 전처 소생의 장남 박민준(이종혁) 대신 자신이 낳은 아들 박재준(윤박)에게 TNC그룹을 넘겨주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린다. 대학 후배이자 명진클리닉 원장 최혜진(장영남)의 딸 서유라(고우리)와 박재준을 정략결혼시켜 TNC그룹의 후계자로 만들려고 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하지만 탐욕스러운 욕망을 내면에 숨긴 레나정과 마희라의 대립과 갈등에 그녀들의 딸과 아들의 사랑이 결합되면서 이야기가 다소 상투적으로 전개돼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다. 레나정이 자신을 버린 생모인 것을 모르는 강이솔이 TNC레스토랑에서 레나정에 의해 위기에 처하는 상황도 모녀지간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극적 아이러니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설프게 연출되고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성공만이 행복이라고 강요하고, 실패하면 낙오자로 낙인찍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가 절실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성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아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팽배하다.

성장과정에서의 정신적 외상과 그로 인해 성공에 대해 일그러진 욕망을 갖게 된 기성세대의 거침없는 폭주와 사람을 변화시킬 만큼 위대하고도 순수한 사랑의 힘을 믿는 청년세대의 건강한 열정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이야기로 행복과 성공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