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쟁 피해자로 왜곡 선전…‘역사 날조’ 본격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실리콘밸리 간 아베 조지 슐츠(왼쪽) 전 미국 국무장관이 30일 샌프란시스코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재팬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이전에 함께 찍었던 사진을 선물로 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차 대전후 舊소련 억류자
1만723명 명단 새로 공개

모의 원자폭탄 전시물 등
오사카 대공습 전시 늘리고
전쟁중 가해행위 사진 철거

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을 맞아 일본이 전쟁에서의 자국 입장을 가해국에서 피해국으로 전환시키려는 역사수정주의적 행보를 속속 이어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아시아·아프리카회의(반둥회의)와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등에서 잇따라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언급하지 않으며 왜곡된 역사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 측에 의한 우경화가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0일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 내용에 대해 미국과 한국 등에서 논란이 뜨거울 당시 일본 후생노동성은 2차 세계대전 후 구소련에 억류돼 수용소 등에서 사망한 일본인 1만723명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또 이번 명단에는 북한의 흥남과 중국 다롄(大連) 등에서 사망한 2130명의 일본인이 포함됐으며 이들 지역에서 사망한 일본인 명단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소련 억류자’란 만주 등에서 체포된 일본 장병들이 시베리아 등에 억류돼 강제노동 등에 투입됐다는 것으로 일본인들도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정황으로 제시되는 내용이다.

후생성은 지난 1991년 이후 러시아 정부 등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입수해 시베리아와 몽골에서 사망한 억류자 4만2000여 명의 명단 공개를 2007년까지 마쳤다. 그러나 북한 등에서 사망한 억류자 명단은 2006년 이미 입수했지만 공개를 미뤄 왔다 이번에 공개한 것이다.

또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이날 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한 오사카(大阪)의 ‘오사카국제평화센터(피스 오사카)’에서는 공공시설로서는 이례적으로 전시해 왔던 전쟁 중 가해행위에 관한 사진과 패널이 철거됐다. 대신 오사카 대공습 관련 전시를 대폭 늘렸다.

6개 구역으로 구성된 피스 오사카는 4개 구역을 오사카 대공습과 오사카의 전후 부흥 내용을 전시하는 데 할당했다. 전시관에는 폭격음과 진동을 체험할 수 있는 방공호 모형 외에 원자폭탄 투하 훈련을 위해 오사카에 떨어뜨린 ‘모의원폭’에 대한 전시물도 설치됐다. 대신 만주사변부터 패전까지에 걸친 가해행위를 상세하게 설명하던 개·보수 전 전시실 ‘15년 전쟁’은 ‘전 세계가 전쟁을 하던 시대’ 구역의 일부로 축소됐다.

앞서 지난 4월 26일 미국 뉴욕에서는 핵확산방지조약(NPT) 재검토회의 개막 전 일본의 원폭 피해자들이 세계 각국의 반핵 지지자 등 7500여 명의 행렬 맨 앞에 서서 “히로시마(廣島), 나가사키(長崎) (원폭투하) 재발 반대”라는 구호를 외치며 일본이 원폭의 피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