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200년 넘은 ‘진짜 백수오’ 자연産 1억원 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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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불거진 ‘가짜 백수오’ 파문으로 위기에 처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내츄럴엔도텍 사옥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中선 ‘3大 명약’ 꼽혀
소비자원 “이엽우피소 有害” vs 식약처 “괜찮다” 충돌

‘가짜 백수오 사태’가 일파만파다. 주부들의 갱년기 장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홈쇼핑 업체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큼 논란도 크고 깊다. 해당 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이 언론매체에 대대적인 사과 광고까지 게재했지만 인체 유해 여부와 구매 소비자들에 대한 환급, 내츄럴엔도텍 임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 등 의혹들은 풍선처럼 더 부풀어 오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물론, 코스닥 시장까지 위기에 빠뜨린 ‘가짜 백수오 사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1 백수오란

백수오는 ‘백하수오’를 뜻하는 말로 ‘박주가릿과(Asclepiadaceae)’의 덩이뿌리다. 자양(滋養)과 강장(强壯), 보혈(補血) 등의 효능이 있는 약재로 알려져 있다. 산삼, 구기자와 함께 중국의 3대 명약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200년이 넘은 자연산 백수오는 가격이 최고 1억 원대를 호가하기도 할 정도로 귀한 약초다.

‘한약재감별도감’에 따르면 백수오는 원뿔 모양으로 길이는 5∼10㎝, 지름 1.5∼3.5㎝ 정도다. 바깥 면은 회황색, 황갈색이며 세로주름이 많고 질은 단단하다. 꺾은 면은 흰색이고, 냄새가 없고 맛은 쓰고 달며 떫다고 나와 있다. 최근 갱년기 장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 소비자원-내츄럴엔도텍 분쟁

한국소비자원과 내츄럴엔도텍이 다툼을 일으키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소비자원의 백수오에 대한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식약처가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나, 3월 소비자원 검사에서는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돼 식약처 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원의 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소비자원이 소비자 보호를 빌미로 선량한 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백수오가 최근 2∼3년 사이 판매가 급증하는 등 국민 다소비 식품으로 떠올라 모니터링을 한 것으로, 마침 지난해 식약처에 백수오 부작용 피해 신고가 크게 늘어나 점검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츄럴엔도텍이 지난 6일 언론을 통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원의 발표가 맞는 내용이 됐지만, 그 이전까지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원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3 식약처 재검사 논란

‘가짜 백수오’ 논란이 일자, 식약처는 지난 1월에 이어 4월에 재검사를 실시했다. 1월 검사에서는 별다른 법 위반사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짜 백수오 논란이 일어나자 식약처는 지난달 재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두 번의 검사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식약처의 검사 자체가 형식적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해 2월 검사에서 ‘원산지증명서 확인 결과, 국산 백수오로 표기되어 있음’ ‘입고 시 생약규격집에서 정한 TLC 시험(표준품과 비교하는 확인시험)을 하고 있음’을 이유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식약처가 검사를 통해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를 밝히지 않고, 서류상 하자가 있는지만 확인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지난 1월 검사에서 확인한 백수오 원료는 입고 일자가 2014년 12월 17일 자로, 입고 일자(3월 26일)가 다른 재검사 원료와 동일한 원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4 신뢰 잃은 식약처

식약처는 사실상 건강기능식품을 감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다.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을 ‘고시형’과 ‘개별인정형’으로 나눠 관리한다. 홍삼처럼 오랜 기간 생산해 온 원료는 고시를 통해 관리하지만, 백수오와 같이 새로 개발된 원료는 개별적으로 검증한 뒤 ‘개별인정형 원료’로 등록하게 한다. 인증 뒤에는 기본적으로 각 회사의 자체검사 실적을 보고받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내츄럴엔도텍의 경우 매달 한 번씩 검사 결과를 식약처에 보고했다. 식약처는 그 결과를 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공장을 1년에 한 번 정도 기습 방문해 검사한다. 즉, 현장조사 없이 제조사가 보고하는 자체 검사에 의지하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유통되는 제품을 수거해 재검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식약처 조사 인원은 약 50여 명에 불과해 모든 제품을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

5 이엽우피소는 유해할까

이번 ‘가짜 백수오 사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의학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엽우피소는 ‘격산효’ ‘토백렴’이라고도 하며 주로 중국 서북, 서남, 중남, 화동 및 화북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외관상 백수오와 매우 비슷하지만, 재배기간이 1년으로 백수오(2∼3년)보다 짧고 가격도 3분의 1 수준이다.

이번에 가짜 백수오 검사를 각각 진행했던 식약처와 소비자원은 이엽우피소에 대한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원은 간독성과 신경 쇠약·체중감소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 보고가 있어 인체에 해롭다는 입장인 반면, 김승희 식약처장은 국회에서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해당 제품 섭취에 따른 인체 위해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식용으로 사용한 적이 없어 식품 원료로 허용되지 않았을 뿐, 안전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백수오와 이엽우피소 모두 약재로 쓰일 수는 있지만, 이엽우피소를 백수오의 대용으로 쓰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6 내츄럴엔도텍은 어떤 회사

내츄럴엔도텍은 지난 2001년 김재수 대표가 설립한 헬스케어 신소재 연구 개발 전문 바이오기업이다. 설립 초기엔 성장호르몬에 대한 연구를 주로 했으나 2002년부터 여성용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내츄럴엔도텍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갱년기 증상 완화 건강식품의 원료이자 백수오 등의 복합추출물인 ‘에스트로지(EstroG)’를 선보이면서다. 이 제품은 갱년기 장애 개선, 면역력 강화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중장년층 여성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복합 추출물은 2010년 식약처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이후 매출도 급증했다. 회사설립 약 12년 만인 2013년 10월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1240억 원을 기록, 연매출 1000억 원이 넘는 회사 반열에 올랐다.

7 피해 규모와 보상

내츄럴엔도텍의 지난해 백수오 관련 매출액 1240억 원 중 75%가 넘는 940억 원 가량이 홈쇼핑을 통해 판매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홈쇼핑 업체는 백수오 관련 한 해 매출액이 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은 백수오 관련 제품에 대해 환급을 해주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3사의 환급액만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홈쇼핑사들은 아직 환급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홈쇼핑 업체들의 백수오 판매액이 100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은 홈쇼핑 업체들을 소집해 환급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지만, 홈쇼핑 업체들은 아직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홈쇼핑사들은 8일 환급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8 코스닥 지수까지 출렁

최근 벌어지고 있는 코스닥 지수 급락 사태는 코스닥 상장사인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논란에서 시작됐다. 4월 21일 714.52까지 올랐던 코스닥 지수는 다음 날인 22일 한국소비자원의 ‘가짜 백수오’ 발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고 이후 코스닥 시장 내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면서 700선마저 무너져 지난 6일에는 종가 기준 665.94까지 하락했다. 이번 충격이 고스란히 코스닥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친 이유는 그만큼 내츄럴엔도텍이라는 회사가 가진 코스닥 시장 내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사는 한때 코스닥 시장 내에서 시가총액 기준 9위까지 올랐던 기업으로 이른바 ‘대장주’에 속한 상장사였다. 또 코스닥 지수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하던 상황에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종에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가중시킨 점도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9 향후 조사 초점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파문에 대한 조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검찰은 내츄럴엔도텍이 백수오보다 가격이 싸고 생육기간도 짧은 이엽우피소를 의도적으로 사용해 부당 매출을 올렸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실제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지난 4일 내츄럴엔도텍의 경기 이천 공장을 압수수색했으며 이를 통해 백수오 원료 및 가공법 등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와 더불어 다른 한편에선 금융당국이 주가 관련 불공정 거래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특히 내츄럴엔도텍 임원들이 소비자원 발표 직전 대량으로 보유 주식을 처분한 사실과 공매도 물량이 대량으로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내츄럴엔도텍이 가짜 백수오 사용 사실을 알면서도 자사주 처분을 위해 소비자원 조사가 거짓이라는 광고를 하며 시간을 벌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증권범죄를 다루는 서울남부지검에서 관련 내용을 수사할 전망이다.

10 건강식품 관리 과제

백수오 사건을 계기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웰빙 시대를 맞아 건강기능식품의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상대적으로 부실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조만간 제도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또 가짜 백수오 사건과 관련해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도 앞으로의 쟁점 중 하나다. ‘가짜 백수오’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이 업체에 보관 중인 백수오 원료 전량을 보존하도록 요구했다. 검찰은 소비자원이 확보한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의 성분 검사를 진행 중이다. 또 백수오 제품 부작용이 급증했음에도 식약처의 조사가 다른 제품에 비해 늦어지게 된 원인도 수사과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에 식약처 관계자가 가짜 백수오 사건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파장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임대환·이용권·장병철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