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분석>‘사드 無전략’ 비판 자초

미국 정부가 최근 1년여에 걸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은근히 내세우는 등 끊임없이 공론화를 시도하는 데 비해 정부는 내용도 불분명한 ‘전략적 모호성’ 논리에만 매달리고 있다.

사드 논의와 관련해 한·미 간에 협의도 논의도 결정도 없었다는 3노(NO) 정책이 사실상 입지를 잃은 게 아니냐는 평도 나온다. ‘모호성 전략’이 아니라 ‘무개념 무전략’이라는 조소와 비판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한·미 동맹에 대한 균열과 안보 전략의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주한미군 장병들 앞에서 사드 배치 필요성을 언급했다. 케리 장관은 사실상 사드 한반도 배치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채택하는 등 공론화할 것을 한국 정부에 주문한 ‘계산된 돌출 행보’라는 시각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사드의 ‘T’자도 안 나왔다며 엇박자를 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3노 정책만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다. 케리 장관이 거의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 관련 발언을 했는데도 부인하는 데만 급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사드 배치 장소 및 포대 수 등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공식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정부의 모호한 사드 정책이 무개념 무전략으로 흐르게 된 것은 소신보다 눈치 보기에 집착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여론과 중국의 반대 등을 지나치게 의식한 이중의 눈치 보기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북한 핵미사일 방어용이기보다 미국의 한·미·일 동북아 미사일방어(MD) 정책에 통합돼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일부의 비판 여론만을 의식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북한의 핵 소형화 기술이 급진전되고,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 수를 늘리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로 우리 군의 미사일방어(KAMD) 전략을 무력화하면서 KAMD는 기술적·논리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의 사드 정책은 전략적 모호성이 아니라 어정쩡한 ‘전략적 몽롱성’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정부의 사드 정책은 미국 정책 당국자들이 사드 공론화를 시도할 때마다 불 끄기에만 집착하는 ‘사드 소방수’ 역할에 그쳤다.

박근혜정부 임기 내에 사드 배치를 매듭지으려는 미국 정부가 잔뜩 골이 나 있고, 이는 한·미 동맹에 균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