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살무늬 토기, 머리빗 빗살 아닌 햇빛의 빛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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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의 시원(始原)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빗살무늬 토기의 ‘빗살’은 머리빗이 아닌 햇빛의 ‘빛살’입니다.”

김양동(72·사진) 계명대 미술대 석좌교수가 한국 고대문화의 원형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지식산업사)을 펴냈다.

김 교수는 30년 가까이 이 문제에 천착해 자료를 수집하고, 고대문화의 흔적을 찾아 중국과 몽골 등을 드나들었다. 김 교수는 모호하게 알려진 우리 고대사의 상징들을 문징(문헌 자료), 물징(유적과 유물), 사징(풍습과 예속), 구징(신화, 전설, 민담 등 구비자료) 등을 동원해 분석했다.

이를 위해 상고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학계의 연구 자료를 비교 검토했다.

책에 따르면 빗살무늬 토기의 빗살은 머리빗이 아닌 햇빛이며, 불꽃형 청동검은 악기 비파가 아닌 불꽃 모양이다. 살(빛살=神)풀이춤은 신(God)을 풀어내어 환하게 밝힌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편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고대사라는 지평에 국한할 문제가 아니다. 하늘을 섬기고 태양과 새를 숭배했다는 천손족(天孫族)으로, 삼국 건국의 시조 난생설화와 연결되고, 대통령 상징문양인 봉황으로도 이어진다.

책에서 저자는 고대문화 속에 내재된 원형의 뼈를 발라내는 작업, 변형되거나 퇴화된 상징성을 두드러지게 해석하는 작업을 거쳐, 우리 문화의 본질 탐구에 힘을 기울인다.

1부에서는 고대문화의 핵심인 신(神)의 원뜻과 어원을 파헤치고, 2부, 3부, 4부에서는 선사시대와 고대의 잘못 알려진 문화상징을 바로잡고, 5부에서는 한국 고대예술이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를 살펴본다.

6부에서는 앞서 밝힌 고조선의 문화상징 기원이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지를 밝힌다.

국문학을 전공한 서예전각 분야 권위자인 김 교수는 “역사나 고고학 전공자라면 보지 못했을 부분이 문자와 조형을 통해 들여다보니 새롭게 보였다”며 이와 관련한 학계 논쟁이 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