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력 사실상 마비 상태… 지도력 공백 최소화 논의

유럽축구연맹, 7일 긴급회의 예정

111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비리와 부패로 인해 ‘식물조직’으로 전락했다. FIFA 집행위원의 줄사퇴에 이어 5선에 성공한 제프 블라터(스위스) 회장마저 2일, 한국시간으로 3일 오전 스스로 물러나면서 행정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이르렀다. 특히 오는 6일 개막되는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7월 25일로 예정된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 조 추첨 행사 등 산적한 현안들이 많아 지도력 공백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블라터 회장이 17년 동안 장기집권하면서 FIFA의 회장 의존도는 무척 높아졌다. FIFA는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을 비롯해 여자월드컵과 대륙간컵, 유소년 월드컵 등 각종 대회를 진행한다.

FIFA의 새 회장은 빠르면 오는 12월 선출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FIFA 총회는 공식적으로 내년 5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임시 총회가 올해 12월에서 내년 3월 사이에 소집되기 때문이다. 블라터 회장은 새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회장직을 계속 맡게 된다고 FIFA는 설명했지만 사임 의사를 밝혔기에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검찰이 FIFA 부패 혐의로 기소된 14명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고, 스위스 검찰은 이와는 별도로 2018 러시아월드컵과 2022 카타르월드컵 개최지 선정 비리에 관한 수사를 지속할 예정이어서 운신의 폭이 좁다.

8명으로 구성된 부회장단은 ‘친블라터’ 진영 인사가 대부분이어서 역시 지도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사 하야투(카메룬) 수석부회장은 블라터 회장의 최측근이고 제프리 웹(케이맨 제도) 부회장은 이미 미국 당국에 체포됐다. 앙헬 마리아 비야르(스페인), 데이비드 청(파푸아뉴기니),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임 알칼리파(바레인), 후안 앙헬 나포트(파라과이) 부회장도 모두 친블라터파로 분류된다. 블라터 회장의 ‘오른팔’인 제롬 발케(프랑스) 사무총장도 미국 FBI와 스위스 검찰의 내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회장단 중 비리 혐의에서 자유로운 건 ‘반블라터’ 진영에 있던 미셸 플라티니(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이미 집행위원에서 사표를 낸 데이비드 길(잉글랜드) 부회장뿐이다. 당분간 FIFA는 사공 없는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UEFA는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맞춰 회의를 소집했다. UEFA가 반블라터 전선의 선봉에 서왔기에 FIFA 지도부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럽의 각국 축구연맹 또한 의견 차이가 있어 명쾌한 해법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