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한국 심각한 사태로 인식… 차분한 대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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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불안 해외로 전이… 차분히 냉정함 유지해야”

“해외 인사들은 한국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보고 국가 소요 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내의 불안이 해외로 전이돼 자칫 ‘양떼 효과(herding effect)’가 초래될 수도 있다.”

권태신(사진) 한국경제연구원장은 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해외 출장에서 겪은 일을 전하며 “메르스 사태가 ‘혼란’ ‘공포’ ‘대란’ 등 자극적인 단어로 포장돼 국민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면서 자칫 양떼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메르스 사태가 양떼 효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떼 효과는 어떤 현상에 군중이 집단 반응하면서 쏠림 현상이 나타나 ‘비합리적인 결과’가 유발된다는 경제학 용어다.

권 원장은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H1N1)가 창궐했을 당시 국무총리실장(장관급)으로 있으면서 정부의 방역대책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그는 “지난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회의 의제에 대한 사전 논의를 위해 ‘아세안 및 동아시아 경제연구소(ERIA)’ 이사회가 열렸는데 각국 경제연구소장들이 메르스 사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해 왔다”며 “이들은 한국 상황을 국가 소요사태 같은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의료 수준과 정부 대처능력을 얘기하며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하는 것 같지 않았고, 일부 인사들은 비꼬는 것 같기도 했다”며 “경제전문가들도 이처럼 보는데 ‘내 돈’을 투자한 해외투자자들은 우리 시장을 얼마나 불안하게 보고 있을지 걱정됐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메르스 사태가 내수시장이나 주식 등 자본시장에 양떼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내수침체의 악순환과 자본유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우리 스스로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이번 사태를 질병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며 불안한 경제 상황과 외부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시선들도 고민해야 하고 언론 역시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