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제, 사회적 기업 1000개 시대>청각장애인도 TV 보며 울고 웃을 수 있도록 ‘자막 서비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있는 한국복지방송㈜에서 직원들이 청각장애인 등을 위해 뉴스 생방송에 자막을 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생방송 속기뒤 엔코더로 전송
TV화면에 자막 형태로 송출
시각장애인 위한 낭독 방송도

4년전 설립 곧바로 무료서비스
속기사·작가 등 절반이 장애인
사회 약자가 또다른 약자 도와

“이제 친구들이 웃을 때 나도 웃을 수 있고 친구들이 울 때 나도 함께 눈물 흘릴 수 있어요.”

어느 청각장애인 학생이 한국복지방송㈜에서 만든 자막과 함께 TV를 보면서 했던 말이다. 한국복지방송㈜은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노인, 이주민 등의 방송 접근권 보장을 위한 영상콘텐츠의 자막제작, 속기록 제작, 장애학생 지원 및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 등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이다. 이곳의 속기사, 작가, 성우 등 직원의 50%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다. 사회적 약자가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방송국에서는 청각장애인 등 방송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TV시청자들의 방송접근권 보장을 위해 자막서비스를 하고 있다. 컴퓨터 속기사들이 TV생방송과 동시에 그 내용을 속기하고, 이를 방송국에 설치된 엔코더(어떤 문자를 신호로써 입력시키면 그것을 나타내는 코드를 발생시키는 회로)로 전송하면 바로 자막형태로 송출된다. 자막방송은 TV리모컨으로 설정만 변경하면 쉽게 볼 수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복지방송㈜에서 제공한 자막이 생방송 뉴스 화면에 나타난 모습.

수화방송은 수화 통역사가 방송내용을 수화로 통역하면 이 모습을 촬영해 본래 방송 화면과 함께 방송하며 보통 화면 오른쪽 하단에 노출되도록 송출한다. 이러한 방송은 JTBC, 채널A, TV조선, OBS, 부산MBC, 연합뉴스TV, SBS스포츠 등에 제공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방송도 제공한다. 전문 작가가 해설용 원고를 쓰고 성우가 낭독한 후 믹싱작업을 거쳐 완성한다. 사이버대학교 등에서 청각, 시각, 뇌성마비 장애인 등이 강의를 들을 때 강의 내용을 속기로 제공한다.

속기사 이주희(여·41) 씨는 “청각장애 학생들 수업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서 수업 내용을 컴퓨터로 쳐서 보내주면 학생들이 말을 걸 때가 종종 있다”면서 “실제 강의를 하는 선생님이 아닌데도 나를 ‘컴퓨터 안의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질문도 하고 학생들끼리 답변도 할 때 신기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뉴스 등을 속기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교육과 공부도 필수적이다. 국가공인 속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도 3∼6개월 가량 교육을 받아야 실무에 투입된다.

특기할 만한 것은 자막방송 사업이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9월 26일에 방송국을 설립했는데 그해 10월 1일부터 국립서울농학교에 원격자막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으며 10월 5일에는 복지TV의 자막방송을 제작했다. 2011년 12월 19일에 구로형 예비사회적기업(고용부의 사회적기업 기준에는 모자라지만 사회서비스 실현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 기업)으로 지정됐고, 2012년 11월 1일에는 고용부 인증 사회적기업이 됐다. 설립 전에 이미 많은 부분을 수년간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고용부 인증 사회적기업이지만 절반 수준의 지원만 받고 있다. 한국복지방송㈜ 관계자는 “돈을 받는 만큼 자생력이 약해질 수 있어 인건비를 절반만 받고 있다”면서 “사회적기업의 롤 모델이 되기 위한 기초체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