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골프 마니아 이왈종… 골프장 그림 전시 첫해 매진, 춘화 새긴 공 100만원 호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왈종 화백이 화단에 전시된 돌하르방과 물고기 조각상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이 화백이 직접 제주 화산석을 깎아 만든 것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이왈종 화백의 그림에는 골프장 풍경이 많이 등장한다. 춘화가 그려진 이 화백의 골프공은 개당 100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인기다. 실제로 이 화백은 골프 마니아다. 1주일에 적어도 꼭 한 번은 골프장을 찾는다. 그러나 나이에 비해 구력은 짧은 편이다. 이 화백이 골프에 입문한 것은 제주에 내려와 정착하고 몇 년지난 뒤인 1998년이었다. 평소 미술에 조예가 깊었던 김홍주 제주 핀크스골프장 전 대표의 권유로 시작했다.

“머리 올리는 날부터 터졌어요. 김 전 대표와 라운드를 하는데 싱글핸디 캐퍼였던 김 대표가 처음에 핸디캡 36점을 주고 라운드를 하자는 거예요. 자존심이 상해서 18점으로 했는데 완전히 깨졌어요. 파3 홀에서 17개를 쳤으니 말 다했죠. 허허.”

그때 이 화백이 느낀 감정이 바로 ‘골프는 전쟁이다’였다. 실제로 그의 초창기 골프 그림에는 탱크가 많이 등장한다.

“골프를 시작하고 얼마 뒤 떠오른 생각이 ‘골프 치면서 밥 먹고사는 방법이 없나’였어요. 그래서 2005년쯤이었을 거예요. 골프장이 그려진 그림을 들고 갤러리현대 문을 두드렸는데 왜 이런 그림을 그려 왔느냐고 타박을 받았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솔드아웃’될 정도로 사람들이 제 그림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현대에서 한 번 더 해달라고 해 같은 해 같은 장소에서 전시회를 또 가졌죠. 당시만 해도 골프장을 그리는 화가는 제가 유일했어요.”

그의 작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라운드 도중 벌어지는 재미있는 상황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해저드에 빠진 볼을 줍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골퍼와 이를 고소해하는 동반자의 표정 등이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이 화백의 골프장 그림이 인기를 얻으며 핀크스, 한라산, 렉스필드, 안성베네스트, 가평베네스트 등 다수의 골프장에 그의 작품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 화백은 골프 동호인들에게 인기 있는 동반자다. 이는 이 화백이 필드에 나설 때 공에 마크를 하는 대신 그림을 그려 넣기 때문이다. “공이 갈대밭이나 숲 등 페어웨이를 벗어난 지역에 떨어지면 캐디부터 동반자들이 공을 줍기 위해 바쁘게 뛰어요. OB(아웃오브바운즈) 난 공은 줍는 사람이 임자인데 제 공은 개당 100만 원이니 횡재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라운드한 다음 날 다시 찾아가 제 공을 주웠다고 기뻐하며 연락 온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OB가 잘 안 나요.” 이 화백은 80대 초·중반을 치고, 컨디션이 좋은 날은 70대 스코어도 기록한다. 이 화백의 골프관은 어떨까.

“OB도 팔자라고 생각해요. 골프 치는 매너를 보면 그 사람 과거를 다 알게 돼요. 어떻게 살아왔고, 현재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래서 아주 정직하게 쳐야 돼요. 또 골프가 항상 잘 맞는 것이 아니고 변수도 많잖아요. 공이 안 맞아서 돈 잃으면 속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그래도 그냥 편안하게 받아들여요. 긍정적인 마인드도 갖게 돼요. 토핑 나서 200야드 나갈 것이 100야드만 나가면 ‘그래도 방향성은 좋다’라고 위로하며 웃죠.”


△1945년 경기 화성 출생 △서라벌고-중앙대 회화과 졸업(1970) △건국대 교육대학원 졸업(1988) △추계예술대 교수(1979~1990)△왈종미술관 설립(2013) △국전 문화공보부장관상(1974) △미술기자상(1985) △한국미술작가상(1991) △월전미술상(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