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비급여 진료, 체계적 관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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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 경희대 교수·의료경영학

국민 건강의 중요성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중요한 화두다. 특히, 최근 들어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건강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지한 결과였을까? 우리나라는 1977년부터 5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여 직장의료보험 제도를 시행한 이래 1989년부터는 전 국민 대상의 의료보험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국민의 건강한 생활 기반 마련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그 제도를 이어오고 있다.

이렇듯 국민 건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상당 부분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해결되고 있고, 이를 위한 객관적인 관리 체계도 마련돼 있다. 이른바 ‘급여’라고 하는 부분이다. 통계를 보면 이러한 급여 부분은 전체 병원비의 약 60% 이상을 차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병원의 진료행위가 적절한지, 치료비가 과도하지 않은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심사가 이뤄진다. 따라서 불필요한 과잉 진료가 이뤄질 가능성이 작고 보험재정의 누수(漏水)도 어느 정도는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비급여 부분은 이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비급여 의료비는 병·의원이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으로 객관적인 심사나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체계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병원별로 진료비가 많게는 몇 배까지 차이 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일부지만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국민의 영역과 의료공급자 모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국민은 민간 의료보험 가입을 통해 고가 비급여 진단 및 진료의 접근성이 쉬워졌기 때문에 불필요한 경우에도 이용하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의료 제공자의 입장에서는 수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써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감사원의 ‘의료서비스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955개 비급여 진료 항목 2만5084건을 분석한 결과, 병원별 가격 차이가 평균 7.5배로 나타났다. 똑같은 진료임에도 이렇듯 병원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의료진의 손이나 발을 이용한 물리치료적 성격을 지닌 ‘도수치료’의 경우에도 비급여 의료행위임을 이용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수회 반복적으로 진료하고 병원별 가격 편차도 상당히 커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듯 비급여 진료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미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맹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실제 우리 주변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결국 대다수의 선량한 국민에게 막대한 경제적 비용 부담과 피해를 주게 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의 건강한 생활 영위라는 본래의 제도적 취지는 퇴색되고, 심하면 건강보험 제도의 견실한 운영을 저해하는 커다란 사회적 문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민의 건강한 삶의 영위는 대다수 국민의 관심사임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안정된 사회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보다 체계적인 진료 서비스 기반이 반드시 마련돼야 하며, 비급여 진료 영역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를 통해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이러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선행하는 일이야말로 급속한 고령화 시대 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지킬 수 있게 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