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미 기자의 컬처 톡>60년 만에 돌아온 칠성도, 그 뒤엔 ‘문화재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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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트레저 헌터(Treasure hunter). 우리말로는 ‘보물 사냥꾼’. 아무래도 ‘도굴꾼’이 연상되니, ‘문화재 헌터’ 정도로 부르는 게 좋을 듯합니다. 14일, 부산 범어사에서는 칠성도(七星圖) 귀환 법요식이 열렸습니다. 1950∼1960년대 해외로 유출됐다가 지난 5월 스위스에서 발견돼 6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조선 불화(佛畵). 이 칠성도 뒤에 문화재 헌터가 있었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의 이민선 연구원(문화재 헌터 중 한 분입니다)은 5월 중순 한 스위스 고미술품 경매 사이트에서 비단에 채색된 칠성도 3점을 발견합니다. 범상치 않은(아마도 미술사 전공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기운. 즉시 경매회사에 세부 이미지를 요청했고, 재단은 평가위원회를 엽니다. 이 불화가 정말 조선 시대 것인지, 누가 그렸으며 어디에서 유출된 것인지, 환수 가치가 명백한지 평가합니다. 불교미술 전문가에 의해 부산 범어사 극락암(極樂庵)에 봉안되었던 11점 중 일부임이 밝혀집니다. 본 소장처인 범어사가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전달하자 이 연구원은 취리히로 날아가 패들(입찰용 번호표)을 듭니다. 시작 가는 1만스위스프랑(약 1200만 원). 총 3명이 경합을 벌이다 6만5000스위스프랑(7800만 원)에 낙찰. 총 9400만 원(수수료 포함)에 칠성도의 고국행이 결정됩니다.

이 연구원은 크리스티·소더비를 비롯, 최소 1000여 곳의 경매회사를 매일 조사합니다. “일주일에 수십 점의 한국 고미술품이 경매에 나온다”고 귀띔합니다. 물론 젓가락, 찻잔 등 민속품이 대부분. 진귀해 보이는 유물도 모사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칠성도처럼 명확하게 진위를 가릴 수 있는 건 드물지요. 그래서 반드시 환수만을 목표로 하지는 않습니다. 중국, 일본으로 오기된 한국 미술품이 나오면 자료를 제출해 바로잡기도 하고요. “이거(한문) 중국어 아니야? 어떻게 너네 나라(한국) 거지?” 이 연구원이 종종 듣는 말입니다. 또 유통 이력 즉, 한국 고미술품이 어디서 흘러나와 어디로 가는지 파악하는 것도 주요한 업무입니다. 궁극적으로 유출 문화재의 소재지를 알아낼 단서가 될 테니까요.

2차 대전 당시 문화재를 찾아다닌 예술품 전담 부대 ‘모뉴먼츠 맨’이 떠오릅니다. 1944년부터 1951년까지 활약한 이들은 건축가, 박물관 관장, 큐레이터 등으로, 나치와 히틀러가 은닉한 유물 500만 점의 행방을 좇았습니다. 찾아낸 미술품은 분류·기록한 후 원래 소유 국가로 돌려보냈고요.

21세기 한국의 문화재 헌터는 꽤 유망직종입니다. 칠성도 11점 중 아직 6점의 행방이 묘연한 데다가, 현재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가 약 16만 점에 이르니까요.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