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권에 휘둘리는 資源개발, 民間 주도 전환 모색해야

감사원이 14일 ‘해외 자원(資源)개발 사업 성과 분석’ 감사 중간 발표를 통해 ‘실패작’이란 총평을 내렸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는데도 석유 국내 도입 실적은 미미하고, 투자비도 제대로 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감사는 1984년 예멘 마리브 유전사업 이후를 대상으로 했지만, 주 타깃은 총투자액 35조8000억 원 중 78%가 집중된 이명박정부였다. 당시 이 대통령이 자원외교를 국정 핵심 의제로 앞세우면서 이상득·박영준 등 측근 인사들이 과도하게 판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비리와 잡음이 새나온 것도 사실이다.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 등이 실적 경쟁을 벌이면서 ‘묻지마 투자’ 흔적도 보인다. 감사원 감사 외에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병행된 배경이다.

자원개발 사업에서 드러난 비리는 엄벌해야 마땅하지만, 그 때문에 사업 전체를 백안시해서도 안 된다. 자원개발은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다. 단기간의 진행을 두고 일희일비하기보다 큰 틀과 긴 안목으로 판단할 일이다. 감사원이 이명박정부 때는 다소 성과가 있다고 했다가, 이번에 뒤집은 것은 ‘4대강 감사’에 이어 비겁한 처신이다. 정권이 바뀌면 결론도 달라지는 감사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명박정부 시절 27조 원대에 달했던 자원개발 투자가 박근혜정부 들어 844억 원으로 급감했다는 점이다. 전방위 압박과 공기업 예산 삭감으로 신규 투자는 사실상 중단됐다. 지금처럼 유가가 낮은 시기가 오히려 과감한 투자로 미래를 대비할 적기다. 세계 각국은 글로벌 자원 확보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런 문제들을 포함한 근원적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은 10대 에너지 사용국이지만 2014년 에너지 안보 지수는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원국 중 103위다.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국가 에너지 전략을 추진하려면 공기업 위주의 형태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民間) 에너지 기업들도 성장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따라서 공기업 역할은 리스크가 매우 큰 프로젝트나 탐사 단계에 국한하고 역동성을 지닌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모색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