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황혼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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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 조사팀장

최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양성평등주간(7월 1∼7일)을 맞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은 11만5500건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이중 혼인한 지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을 뜻하는 ‘황혼 이혼’ 비율은 28.7%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특히, 함께 산 지 3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 증가율은 전년 대비 10.1%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14년 상담 통계를 보면 2004년 250건에 머물렀던 60대 이상 이혼상담 건수는 2013년 1125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 신종직업군에 ‘이혼상담사’까지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황혼 이혼이 급증하는 원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남은 삶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여성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가부장적인 관습이 무너진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 특히, 남자의 퇴직으로 경제력을 상실한 이후 여성이 이혼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대한민국은 현재 고령화 사회다. 올해를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13.1%다. 2060년엔 40.1%로 높아질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하고 있다.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82세로 정년퇴직 이후 20∼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그러나 직업전선에서 부양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느라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국 노인들의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유머 중 ‘황혼 이혼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 ‘함께 있는 시간을 줄여라. 그래야 의견 충돌로 다툴 일이 적어진다’ ‘같은 취미를 가지지 마라. 서로가 어울리지 않는 게 좋다’ ‘식사는 각자가 알아서 챙겨 먹어라’ ‘TV 채널은 여자에게 우선권을 줘라. 안 그러려면 한 대 더 사라’ 등이다.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세태를 말해준다. 그러나 유머일 뿐이다.

은퇴 이후 황혼 이혼을 하지 않고 여생을 잘 보내고 싶다면 무엇보다 부부간 현재의 모습을 인정하고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올바른 대화법이나 부부애 회복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황혼 이혼의 증가는 가정의 해체뿐만 아니라 고독사, 극단적 자살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범사회적·국가적 차원에서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