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와 난 닮은것 같은데… 그래도 그녀가 훨씬 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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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홍도’役 다시 맡은 예지원

‘홍도’가 돌아왔다. 배우 예지원(42·사진)이 무대로 돌아왔다는 의미다. ‘홍도야 우지 마라’로 유명한 임선규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화류비련극-홍도’(홍도)를 통해서. 지난해 공연장(구리아트홀)-상주극단(극공작소 마방진)의 공동제작 모범사례로 꼽혔던 ‘홍도’ 가 마방진 창단 10주년을 맞아 재공연된다. 작년에 이어 홍도 역을 맡은 예지원을 지난 23일 문화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고운 한복 차림이다.

“요즘 한복 입고 다녀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방송에 나가도 자꾸 다른 이야기만 하게 되잖아요. 이거라도 입어야 ‘저 여자 요즘 뭐하길래’ 하고 한 번 더 생각할 테니까요.”

예지원은 대학 졸업 후 포스터 붙이는 일부터 시작해, 1년 반 가까이 극단 생활을 했다. 무대가 낯설지도 모른다는 예상과 달리 데뷔도 마당놀이로 했다. 영화와 브라운관을 주로 누비지만, 무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엄마를 부탁해’(2014), ‘부활’(2013), ‘서툰 사람들’(2012), ‘미드썸머’(2011) 등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출연은 많이 안 했지만, 워낙 연극인들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흐름을 놓친 적이 없죠. ‘홍도’ 출연은 ‘부활’ 때 고선웅 연출과 맺은 인연이 컸어요.”

‘홍도’는 본래 1930년대 젊은이들의 사랑과 삶을 그린 신파극이다. 80년 전 기생(홍도)의 사랑 이야기가 현대 관객들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고선웅 마방진 예술감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아, 한과 정이라는 과거의 정서를 담아내면서도 세련되게 재탄생시켰다. 연극 ‘칼로막베스’, ‘푸르른 날에’부터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그리고 최근 뮤지컬 ‘아리랑’까지 기발한 상상력과 맛깔나는 언어유희가 장기인 고 예술감독만의 연출 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는 것. 예지원은 “‘대사 많아요?’라고 묻고 ‘오케이’ 했는데, 주인공이더라. 드라마 촬영도 있었는데 이제 연습은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고 초연 당시 일화를 밝혔다. “고선웅 연출은 약장수 같아요.(웃음) 연극·연기에 대해서 배우들이 잊고 지낸 것들을 끄집어내죠. ‘대사를 할 때엔 진심으로 하십시오’라든가 하는 말로요. 그게 늘 한결같아서 연습 때마다 감동을 줘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방송국의 ‘보이지 않는 손’ 고양미로 분한 예지원은 “홍도나 고양미나 나랑 좀 닮은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홍도는 정말 씩씩하게 삶을 살아내는 여자예요. 고양미는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이고. 틀린 말을 한 적이 없죠. 그래도 저보단 그녀들이 훨씬 세죠. 타협점이 너무 없잖아요. 어휴, 그렇게 어떻게 살아요.”(웃음)

그녀는 이미 23년 차 베테랑 배우다. 찜통더위에 한복을 입고 연극 홍보에 나선다고 크게 ‘득’ 되는 일도 없다. “무대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과 “공연계의 숨은 인재를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 크다. 예지원은 “무대는 우리 놀이 문화의 시작이고, 연극은 휴식이에요. 대사 한 마디에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데.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해요.”

‘홍도’는 오는 8월 5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1544-1555

글 =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