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하려고 촬영한 제품 사진들 “저작권 보호 대상 아니다” 판결

제품 광고를 위해 촬영한 사진도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을까.

온라인에서 돌잔치나 피로연 등을 위한 파티복을 대여해 주는 업체를 운영하는 구모 씨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신모 씨가 운영하던 업체에서 드레스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신 씨는 파티용 드레스 온라인 판매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구 씨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고객들에게 제품 정보를 알리기 위해 신 씨의 온라인 사이트에 있는 드레스 사진들을 가져다가 자신의 사이트나 블로그에 게재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신 씨는 ‘사진을 무단으로 가져가 게재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구 씨를 상대로 2억4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신 씨는 구 씨가 무단으로 가져간 사진이 1940장인데 한 장당 10만 원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해 1억9400만 원을 요구했으며, 정신적 피해보상 대가로 1000만 원을 추가로 달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13부(부장 김현룡)는 신 씨가 구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이 사건의 쟁점은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찍은 사진들이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로 볼 수 있는지였다. 재판부는 사진 저작물을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전제했다. 이 때문에 신 씨가 저작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진 중 “상품 자체만을 충실하게 표현해 광고라는 실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들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을 만한 저작물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아무리 사진작가가 촬영했다 하더라도, 드레스를 옷걸이나 바닥에 펼쳐놓고 찍은 사진들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저작물이라는 의미다.

재판부는 “모델이 착용하고 포즈를 취한 사진들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이나 우연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들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며 신 씨에게 4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