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1년치 내줄게”… 보험 불법판매 기승

“설문조사 1건 10만원” 유혹
실제론 “가입자 소개해 달라”
금감원 “대납증거 잡기 어려워”

“간단한 설문조사 아르바이트, 한 건당 6만~10만 원.”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취업준비생 이모(여·29) 씨는 최근 한 취업카페에서 솔깃한 아르바이트 모집 글을 봤다. 높을 수당을 보고 많은 사람이 지원할 것 같아 서둘러 게시글에 올려진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통해 들은 업무설명은 설문조사가 아닌 보험가입 소개였다.

전화 속 남성은 “보험료가 각각 20만~30만 원인 두 보험회사의 종신보험료를 1년 동안 대납해 준다”며 “1년 뒤에는 실효처리되니 가입할 사람의 명의만 소개해 주면 한 명당 10만 원의 수당을 주는 알바”라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보험료 대납이 불법이라 설문조사 아르바이트처럼 글을 올린 것”이라며 “단순히 보험가입 소개인은 처벌을 받거나 피해를 보는 일이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이 씨를 설득했다.

올해 보험사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이어진 가운데,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해 가입자를 모집한 뒤 보험료 대납 등의 방법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대리점(GA)의 불법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의 경우 보험회사에서 가입 건당 보험설계사에게 주는 수당이 월 보험 납입료의 1200∼2000%에 달한다. 수당으로 가입자의 1년 치 보험료를 대납해 주더라도 보험대리점에 꽤 많은 수익이 남기 때문에 이 같은 불법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보험사 M&A 후 홍보 및 판매확장 차원에서 공격적인 영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일부 보험사의 보험대리점에서 높은 수당을 노리고 편법·불법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험료를 대납해 주는 것은 보험업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단속권한이 있는 금융감독원도 정기적으로 단속을 벌여 경고 및 영업정지 등 조치를 하는 것은 물론, 불법 제공금액이 일정액 이상일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있지만, 단속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료 대납의 경우 피보험자와 설계사가 친인척관계이거나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신고가 들어오거나 단속을 해도 대납의 증거를 잡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