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通秘法(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방치해 ‘안보 허점’ 키우는 국회 未放委

반(反)국가 범죄자를 추적하기 위해 필수적인 수단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가로막다시피 하고 있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의 암약에 대비해 휴대전화 감청을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의 통비법(通秘法) 개정이 미방위(未放委) 소관임에도, 그런 내용의 여러 개정안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6월 1일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이틀 뒤인 6월 3일 미방위에 회부된 이후 단 한 차례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연초 1월 3일 같은 당 서상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같은 취지의 개정안의 경우에는 사흘 뒤인 1월 6일 회부돼 연말 가까운 11월 21일 첫 회의를 여는가 했더니 그 후속 회의는 여태 열리지 않고 있다. 직무유기이자 국민과 국가에 대한 배임이다.

1일 박 의원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간첩들이 정보통신 수단을 이용해 교신·회합하며, 산업 스파이들이 국가 핵심 기술을 빼내가는 현실에서 법은 진화하는 반국가적 범죄를 못 쫓아가고 있다” 는 등의 지적이 줄을 이었다. 현행 통비법 제3조 제2항의 ‘전기통신 감청’ 허용 규정은 유·무선 통신의 75%를 차지하는 휴대전화에 관한 한 유명무실하다. 감청 설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일련의 개정안은 이동통신사의 감청 설비를 의무화하면서, 불법은 엄벌하고 적법에 대해서는 길을 열어주는 요지다.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 중이다.

미방위 위원장은 친박(親朴) 핵심이라는 홍문종 의원이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소속돼 있다. 야당은 ‘해킹 프로그램’을 왜곡해 국가정보원 공격에 나선 의욕의 절반이라도 할애해 합법적 정보 수집의 길을 열어야 ‘반(反)안보’ 오명을 벗을 수 있다. 미방위는 ‘부작위에 의한 이적(利敵)’ 우려를 직시, 시급히 통비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