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반도~유라시아’ 잇는 空間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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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 7월 베를린에서 가칭 유라시아 통합 상징 행사가 열렸다. 아시아와 유럽 지역의 민간단체 회원들이 참여했는데, 특별히 우리 참가자들의 이동 경로에 눈길이 갔다. 서울에서 항공편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뒤, 다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모스크바, 바르샤바를 거쳐 목적지인 베를린에 도착하는 여정이었다. 지금은 한반도가 남북 분단으로 단절돼 있지만, 바다와 항공, 철도를 이용하면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는 동쪽 시발점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세계지도를 펼쳐보면 더 확실해진다. 유럽 쪽에서 볼 때 한반도가 동쪽을 향해 시작한 이동행로의 종착점이라는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시안 하이웨이가 부산에서 출발한 뒤 북한을 경유해 중국과 러시아를 거치는 대동맥으로 계획된 것도 이렇듯 편리한 지리적 연결성 때문일 것이다.

공간정보는 이렇듯 시공간을 집약한 위치와 거리 데이터를 통해 물리적으로 도시 공간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역사·문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최근에는 공간정보가 정보기술(IT)과 만나면서 활용 범위가 끝없이 확대되고 있는데, 특히 토목공학 분야에서 공간정보의 활용도는 매우 높다. 우선 지리정보시스템(GIS) 기술은 도로나 철도, 항공노선을 계획할 때 저비용, 고효율의 최적 노선을 선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종 탐사와 예측 기술을 통해 실제 공사를 진행하면서 부딪히게 될 지반·수질 등에 대한 숨어 있는 공사 애로 요소들도 사전에 파악해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통일시대를 앞두고 국토 환경 관리 분야에서 공간정보의 역할은 더욱 기대된다. 북한 지역의 도로와 철도망 연결, 하천 등 수(水)체계 복원, 농업 및 환경자원 보존 등을 위해서는 공간정보 기술의 활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 지역으로의 교통로 연결은 이동의 편리성을 높일 뿐 아니라, 심리적인 거리감까지도 좁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오가는 횟수가 늘면서, 한국과 북한 주민이 초기에 느낄지 모를 어색함과 불편함이 녹아내리고 서로를 가깝게 느끼게 될 것이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도 남쪽에서 출발한 기차가 북한을 통과해 만주와 시베리아 철도망을 통해 유라시아 횡단 철도망에 연결되는 유라시아 교통로 구상을 제시한 바가 있다. 단절된 남북 철도망을 복원하고 우리와 다른 궤도 체계를 가진 시베리아 철도망과 연계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측량 탐사, 지형·지반 분석 기술이 필요하고, 관련 국가와의 공간정보 분야 정책 협력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2012년 ‘스마트 국토엑스포’ 개최 이후 유라시아 지역 국가들과 정책적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2011년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2012년 몽골, 2014년 우즈베키스탄 등과 각각 공간정보 분야 정책 협력 관계를 맺었다. 올해는 국토정보지리원 주도로 지도 제작 및 측지 분야 정책 당국자들 간 실무채널을 구축해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정책 협력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면서 투르크메니스탄 수치지적도 사업 참여 등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도 오고 있다.

공간정보산업의 성장 속도는 눈부실 정도다.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 규모는 좁지만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IT산업 등과 효과적으로 융·복합하는 경우 국제사회로의 진출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우리의 공간정보 기술 역량이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를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