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괴롭힌 정무위 961명 中 159명 최다

출석 시켜놓고 질문 안하거나
단답형 · 사과형 답변만 강요

19대 국회가 최근 3년간 국정감사에서 증인 출석을 요청한 민간인은 연평균 271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개 상임위원회 중에서는 역시 ‘기업 국감’ 변질 지적을 받아온 정무위원회가 가장 많은 민간인을 출석시켰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의원들의 질타에 충분한 답변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예” “추진 중입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등의 말만 반복하고 국감장을 떠나기 일쑤였다. 기업인 ‘망신주기’를 통해 여론을 집중 받으려는 포퓰리즘 식의 증인 채택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9대 국회 국감 증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증인으로 출석한 민간인은 총 961명으로 나타났다. 매년 271명의 민간인이 국감장에 출석한 셈이다. 올해 역시 기업인을 포함한 민간인 증인이 200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민간인을 부른 상임위는 기업 활동과 연관성이 높은 정무위였다. 전체 상임위 민간인 증인 중 20%인 159명이 정무위에 출석했다. 기업인을 포함한 민간인 증인 5명 중 1명은 정무위로 향한 셈이다.

‘겹치기 출석’ 기업인도 속출했다. 2개 이상의 상임위 혹은 한 상임위에 중복 출석한 기업인은 2012년 6명, 2013년 7명, 2014년 4명 등 총 18명이었다.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의 경우 2013년, 2014년 연속으로 2개 이상 상임위원회에 중복 출석한 데 이어 올해 역시 홈플러스 매각과 관련해 산업통산자원위원회에 출석한 바 있다.

문제는 출석을 요청해놓고 질문 한번 하지 않거나 단답형 혹은 사과형 답변만 강요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2012년 강남훈 홈앤쇼핑 공동대표는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중복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문체위에서는 아무런 질의를 받지 못했다. 농수산위에서는 단 한 명의 의원으로부터만 질의를 받았다.

지난해 정무위와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장봉섭 현대아산건설사업 본부장은 두 상임위에서 각각 1명의 의원에게 질문을 받았다.

이옥남 바른사회 정치실장은 “‘일단 불러놓고 보자’며 무차별적 증인채택을 해놓고 사전 답변서 제출로 대체 가능한 답변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인기 이슈에 영합하려는 포퓰리즘 국감을 지양하기 위해서라도 증인 채택 기준을 강화하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