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이야기>바짓단은 늘이고, 수명은 늘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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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봉을 1.3m까지 늘리고 시계의 실행버튼만 누르면 흔들리지 않고 사진이 잘 찍혔다.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수면 시간도 늘이고 운동도 시작했다.

남자아이들이 폭풍 성장하는 중학교 시절엔 금세 교복 바지가 깡총해져서 폼이 안 나게 됩니다. 이때 비싼 교복을 새로 구입하긴 부담스러우니 넉넉하게 접어둔 바짓단을 수선하게 되는데요. 이처럼 본래의 것보다 물리적으로 길이를 길게 할 때 ‘늘이다’를 쓸 수 있어요. 따라서 첫째 인용문의 ‘늘리고’는 ‘늘이고’로 고쳐야 합니다.

반면 둘째 인용문의 ‘늘이고’는 ‘늘리고’로 써야 하는데요.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바로 시간이나 기간과 관련한 것입니다. ‘늘리다’는 물체의 넓이, 부피 따위를 커지게 하다, 수나 분량 따위가 본디보다 많아지게 하다, 힘이나 기운, 세력 따위가 이전보다 큰 상태가 되게 하다, 재주나 능력 따위가 나아지게 하다, 살림이 넉넉해지게 하다, 시간이 길어지게 하다 등 다양한 뜻이 있어요. 그러니 수면 시간은 늘이는 게 아니라 늘려야 하지요.

‘늘리다’는 체급을 올리려면 몸무게를 늘려야 한다, 평균수명을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 시험시간을 30분 늘렸다, 실력을 늘려서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살림을 늘려 부모님 집을 사드렸다, 새로운 공법으로 유통기한을 늘렸다 등 ‘늘이다’에 비해 쓰임이 훨씬 많습니다.

셀카봉의 등장으로 타인의 도움 없이도 동행한 사람끼리 다 함께 사진 찍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게다가 항암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면역세포치료제의 등장으로 암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게 돼 세상은 유용한 소품부터 평균수명을 늘리는 기술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