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면세점 특허制, 근본 개편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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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 서울대 교수 경영학

지난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내수 소비 침체 때문에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지지만 뚜렷한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일본 같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점 사업은 해마다 성장을 지속하면서 황금알을 낳고 있다.

최근 면세점 사업을 두고 몇몇 대기업그룹 간의 경쟁이 유례없이 심해지고 있다. 11, 12월에 기존 면세점 사업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기존 사업 특허를 지키려는 기업들과 새롭게 특허를 받으려는 신규 진입 기업들이 모든 전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면세점 사업을 지속해오던 기존 사업자들은 1000억 원이 넘는 사회공헌 자금 기부를 내세우고 있으며, 신규 진입 기업들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회로 환원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경영 전략을 전공하는 필자로서는 국가 경제 차원에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다.

첫째, 면세 사업의 이익률이 도대체 얼마나 높기에 대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기부금까지 내세우면서 사업 특허를 받으려고 할까? 최근 홍종학 국회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으로 대기업 계열의 일부 면세사업자들이 매출액의 7%가 넘는 리베이트를 제공하고도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다. 반면, 정부가 받는 면세점 사업특허 수수료는 대기업의 경우 매출액의 0.05%, 중견·중소 면세점은 0.01%에 불과하다.

둘째, 정부의 사업특허가 이렇게 높은 영업이익률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반면, 정부가 사업특허 발행을 통해 국가 경제 차원에서 얻는 효익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부가 시장 독점 및 과점을 허용하는 대표적인 사업들은 전기와 수도와 같은 공공재 사업이거나,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시장 실패가 일어나는 사업들이거나, 카지노와 같이 정부 허가가 없으면 무분별하게 파급돼 사회적 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들이다. 그렇다면 면세사업을 정부 특허로 규제해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셋째, 면세사업은 과연 대기업만 할 수 있는 업종일까? 유럽의 유명 관광지를 가 보면 면세라는 간판을 불과 4~5평밖에 되지 않는 작은 가게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걸어 다니는 도로변에서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면세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면세사업을 운영하는 데 특별한 기술이나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내수 소비 활성화에 목을 매고 있는 중소 상인들이나 중소기업들로선 연일 몰려드는 중국과 일본 관광객에 관한 기사들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대형 여행사들이 앞다퉈 전세버스로 여행객들을 면세점으로 실어 나르기 때문이다.

넷째, 현 면세사업의 내용을 보면,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75% 이상이 이른바 수입 명품 브랜드들이다. 순수 국내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특히, 국외 시장 개척을 위해 고전하는 중소·중견 기업 제품들은 구색을 갖추는 정도다. 그렇다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명분으로 삼는 면세점 사업은 결국 외국 상품들을 집중적으로 팔아 면세사업자의 이익만 돕는 셈이 된다.

면세사업에서 세계적인 한국 기업이 탄생하려면 오히려 치열한 시장 경쟁이 필요하다. 정부가 신규 진입을 규제할수록 국내 면세점 시장의 매력도는 올라가지만, 국외 시장 개척은 고달픈 일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면세점사업 특허를 통해 중소 상인들을 살리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함과 동시에 유통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창조적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