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역기능이 훨씬 큰 ‘국회의원 겸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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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주 /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지난 19일 개각 발표가 있었다. 국회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조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의 출마도 기정사실화해 있어 연말까지 2차, 3차 개각이 확실시된다. 유기준·유일호 두 장관은 7개월 전인 2·17 개각으로 3월에 임명됐는데, 장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도 ‘시한부 장관’ 공방이 있었다. 현직 국회의원인 두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경우 장관직은 길어야 10개월밖에 수행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의 행정부 각료 겸직이 가능하다. 하지만 헌법의 권력 분립 취지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의원직을 사임해야만 행정부 각료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입법부와 행정부 간 견제와 균형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거버넌스적인 문제 외에도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짧은 재임 기간이다. 장관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소관 부처 업무의 정확한 파악과 부처 장악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새 장관으로 취임하는 경우 대개 6개월은 걸려야 업무 파악과 조직 장악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수립을 시작으로 예산의 편성과 집행관리 등 최소한 1년이 소요된다. 국회의원의 경우 정책 측면에서는 비전문가인 경우가 많아 업무를 파악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업무에 대한 숙지도가 낮고 재임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면 장관은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거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는, 부처 공무원 인사에 미치는 영향이다. 장관이 바뀌는 경우에는 부처 공무원의 인사도 함께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관의 재임 기간이 짧다면 잦은 인사이동으로 공무원이 전문성을 축적하고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잦은 장관 교체는 공무원의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끝으로, 국회의원 겸직 장관의 경우 재선(再選)이 초미의 관심사라는 점이다. 장관은 사리사욕(私利私慾)을 떠나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 재선에 대한 관심은 장관직을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對) 국회 업무에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기 힘들 것임은 물론, 재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있는 경우에는 정책을 공정하게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장관 스스로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업무를 수행한다면 이러한 문제점은 더 커질 수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이 갖는 이러한 문제점들이 정책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국민을 가장 큰 피해자로 만든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장관직은 자신의 경력에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이 자신의 영달(榮達)을 위해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일을 해선 결코 안 된다. 법적인 문제에 앞서 국회의원 스스로 장관 겸직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