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靑年 체감실업(27.9%)과 무능·무책임 政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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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준 / 경희대 교수·경영학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이 22.4%, 특히 고학력 남성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이 27.9%에 이른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이는 같은 기간 공식 실업률 9.7%의 2.9배에 해당한다. 체감실업률이란 실업자 통계로는 잡히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와 구직단념자 등을 실업자로 간주해 산출한 실질실업률이다. 고학력 남성 청년의 체감실업률이 특히 높은 것은, 대기업·공무원·금융기관·공기업 등 선호되는 한정된 일자리에 대한 구직자의 수요·공급 미스매치와 여성은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등으로 취업하는 비중이 높은 반면 남성은 비정규직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한 점 등 때문이다.

이렇게 높은 청년실업률은 미취업 청년 본인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경제의 잠재성장력과 복지 부담 능력을 약화시키고, 가정적으로는 미취업 청년을 둔 온 가족을 경제적·심리적으로 불행하게 만드는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여야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개탄스럽다. 예로부터 정치의 근본적 역할은 국민이 편안히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공자는 ‘논어’ 안연편에서 ‘정치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는 것, 군비를 넉넉하게 하는 것, 백성들이 믿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맹자는 ‘맹자’ 양혜왕 상편에서 왕도(王道)는 왕이 도덕적인 마음에 의해 백성을 배려하고 위하는 정치라고 규정한 뒤, ‘산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 지냄에 유감이 없게 하는 것이 왕도정치의 시작’이라고 갈파하지 않았던가.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를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정의했고, 막스 베버는 ‘국가의 운영 또는 이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라고 정의했으며, 198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정치를 ‘국가의 영역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내재된 권력관계’로 정의하는 경향도 생겼다. 어떤 측면에 초점을 두든 정치는 ‘경세제민(經世濟民)’하기 위해 있는 것이므로 국민의 수요를 채워주고 고통을 없게 하는 것이 가장 근본이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규직 과보호 완화와 임금피크제 확산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급히 나서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청년실업은 심각한 문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금은 인류 역사상 청년인구가 가장 많고 청년실업이 가장 심각한 시대다. 세계 청년 18억 명 가운데 3분의 1이 사실상 실업자이며, 앞으로 10년간 노동시장 진입 청년 중 40%에게만 일자리가 주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한국이 심각해 1990년대에는 유럽 국가들보다 낮았던 청년실업률이 지금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지난해 25∼29세 남자실업률은 1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9.7%보다 높고, 일본(5.6%) 미국(7.4%) 영국(7.4%)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15일 노사정 노동개혁 대타협이 이뤄졌지만, 새누리당이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발의한 이후 뚜렷한 진척이 없을 뿐만 아니라,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정부와 한국노총 간에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다른 의제보다 최우선적으로 노동개혁을 위한 후속 조치에 착수해야 한다.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이 저서 ‘노동의 종말’에서 경고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수많은 블루칼라 노동자들과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을 실업자로 만들어 가까운 미래에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이 벌어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