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교정 정책>정원比 재소자 최고 162%…‘교도관 1인 담당’ 중남미 수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광주지검 검사들이 재소자의 인권과 교정시설의 실태를 알기 위해 광주교도소에서 수형체험을 하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전국평균 수용률 117%… 날로 악화
1인 면적 1.24㎡… 헌법소원 내기도
加 교도관 1인당 재소자 관리 1명

“교도행정 목적인 교화·개선 걸림돌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비용 치를 것”

28일로 교정의 날이 70주년을 맞았다. 1945년 10월 28일 일본으로부터 교정시설과 수용 인원을 모두 넘겨받은 이래 교정 행정은 시설 현대화 등으로 발전을 거듭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을 충격을 빠뜨리게 하는 교도소 내 중(重)범죄 행위가 발생하는 등 교정시설이 또 다른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와 ‘격리’ 위주의 교정 정책에 대한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2회에 걸쳐 교정시설 과밀화 실태와 대책에 대해 알아본다.

수백억 원대 교비 횡령 혐의 등으로 수감돼 재판을 받는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6) 씨가 교도소에서 동료 재소자에게 맞아 크게 다친 사건이 일어나면서 교정시설 수용자 과밀화 문제가 교정정책의 핵심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몇 년 새 교정시설 수용률이 크게 늘면서 교도관 1인당 관리 재소자가 늘고, 재소자 1인당 평균 면적이 줄어드는 등 교정행정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교도소 내 범죄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 해소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8일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 정원 대비 수용률(2015년 9월 기준)은 117.8%에 이른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의 교도소나 구치소의 과다 수용 문제가 심각했다. 서울구치소는 수용률이 136.3%였고 안양교도소 121.1%, 수원구치소 139.5%, 성동구치소 158.0%, 인천구치소 159.9%, 서울남부교도소 139.1%, 의정부교도소 162.9% 등이다. 부산구치소(142.3%), 대구교도소(125.1%), 광주교도소(140.8%), 대전교도소(150.6%) 등도 정원 대비 1.5배 정도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정시설 수용률은 매년 악화되고 있다. 2011년에는 전국 교정시설 수용률이 98.6%였지만, 2012년에 102.2%로 정원을 초과하기 시작하더니 2013년 107.0%로 늘어났고 2014년 111.5%, 2015년(9월 기준) 117.8%로 점점 증가했다.

잇따른 강력 범죄 발생 등으로 사회적으로 엄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는 비중이 높아졌고, 법정구속 사례도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교정시설이 과밀화되면서 교도관 1인당 관리해야 하는 재소자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교도관 1인당 관리 재소자는 2012년 2.94명이었지만 2014년에는 3.52명으로 증가했다. 캐나다는 교도관 1명당 재소자 1명을 관리하며 독일 2.1명, 영국 2.7명, 일본 3.3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교도관 1인당 관리 재소자는 중남미 국가 수준이다.

과밀 수용이 심화되면서 이에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 청구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강성준 씨는 “1인당 1.24㎡(0.37평)에 불과한 서울구치소의 과밀 수용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강 씨는 “6명 수용실 면적이 7.419㎡, 1인당 면적이 1.24㎡에 불과해 평균 체형의 성인 남성이 팔을 펴거나 발을 뻗기 어려울 만큼 매우 비좁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교정시설에서는 인원이 많아지면서 과거보다 방마다 1∼2명씩을 더 수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열 한국교정학회장(광운대 법학과 교수)은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는 교도 행정의 목적인 교화·개선을 이루는 데 가장 큰 방해 요소”라며 “교도소 과밀화는 나중에 다시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으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병채·이후연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