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대형마트 규제뒤 40여년간 소형점포 점유율 되레 ‘반토막’

“1970년 32% → 2013년 17%
대형은 급증… 규제효과 적어”

프랑스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1970년대부터 대형마트 개점 규제를 시행해 왔으나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대형마트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일 내놓은 ‘프랑스 유통업 규제 변화 및 국내유통정책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소매업 개점 제한 규제인 ‘로와이에법’을 지난 1970년대부터 제정해 실시해 오고 있지만, 그 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와이에법에 따라 매장면적이 3000㎡ 이상인 점포를 개점할 경우, 정부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제도 시행에도 불구, 대형점포가 계속 설립되자 1996년 허가가 필요한 최소매장 면적을 300㎡로 하향 조정하는 ‘라파랭법(La loi Raffarin)’까지 제정했다.

그러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매장면적 300㎡ 이하의 초소형할인점인 ‘하드디스카운트스토어(HDS)’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프랑스 정부는 또다시 2008년 허가 필요 매장면적을 1000㎡로 상향 조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로와이에법 시행 이후 오히려 소규모 점포의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소규모점포인 전문식료품점의 매출액은 1970년 32.2%에서 2013년 17.8%로 크게 줄었다.

반면 대형점포에 속하는 하이퍼마켓의 매출액은 1970년 3.6%에서 2013년 36.5%로 증가해 시장매출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형슈퍼마켓의 매출도 1970년 9.0%에서 2013년 28.8%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대형점포 개점규제 실패는 선거로 드러난 정치적 행동과 소비자의 점포선택 행동에 괴리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는 소매업 개점 규제 외에도 1906년부터 종교적인 이유와 종업원의 과잉노동 금지 등을 이유로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의 일요일 영업도 금지해 왔으나, 올 5월 일요일 영업 제한 완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