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잦은 국회의장단
목적·소요예산 안밝혀
한번도 안간 의원 58명 뿐
정기국회 종료 12·1월
하한기 7·8월 출장 집중
19대 국회에서 해외출장을 다녀온 의원은 271명으로, 이들은 1인 평균 3558만 원의 예산을 들여 3.5회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0개월 간 의원 외교 지원비로 총 96억4313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10건 중 4건가량은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깜깜이 출장’이었다.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 구체적인 내역도 공개되지 않았다. ‘혈세’가 사용됐지만 내역이 불투명하다 보니 ‘외유성’ 출장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11일 문화일보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9대 국회 방문외교 및 국제회의 참석 현황’(2015년 9월 30일 기준)을 공동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 번이라도 해외출장을 다녀온 의원은 271명으로, 이들이 최근 40개월 동안 해외를 방문한 횟수는 총 983회에 달했다. 가장 많이 해외 출장길에 오른 의원은 길정우·황진하 새누리당 의원으로 총 17회를 다녀왔다. 아시아정당국제회의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황 의원은 연맹 관련 출장으로 미국, 멕시코 등 7개국을 8회에 걸쳐 다녀왔다. 이에 대해 황 의원 측은 “아시아정당국제회의 회장을 맡고 있어 해외 출장이 많았던 것이지 외유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길 의원 측은 “세계무역기구(WTO) 의원 회의, 다보스포럼 등 국제회의 참석차 많이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을 비롯해 10회 이상 해외 출장을 다녀온 의원은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16건), 김태환·박인숙 새누리당(13건), 정의화 새누리당(11건)·정우택 새누리당 (10건) 의원 등 총 7명이었다. 반면 한 번도 해외출장을 다녀오지 않은 의원은 58명(의원직 사퇴의원 포함)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통계는 국회사무처가 정보공개청구에 응한 해외 출장들만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일 뿐, 국회의장단 해외방문이나 국회 정보위원회 해외 시찰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하고 있어 수치에 반영되지 않은 해외출장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균의 3배 규모인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쓴 ‘고액 출장’들도 있었다. 해외방문 사업 한 건 당 소용되는 예산은 평균 3407만 원으로, 1억 원이 넘은 사업이 5건에 달했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과 임내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2013년 1월 ‘남극 세종과학기지 시찰 및 브라질-우루과이 공식 방문 사업’을 명목으로 칠레, 우루과이, 브라질을 다녀왔다. 두 명의 의원이 12일 일정으로 3개국을 다녀온 데 쓰인 예산은 1억4442만 원이었다. 이재오·유기준 새누리당 의원과 한정애·배재정 새정치연합 의원 4명은 ‘국제의원연맹(IPU) 제128차 춘계총회’ 참석을 위해 10일간 에콰도르를 방문했다. 출장 비용은 1억1771만 원이었다.
의원들의 해외 방문은 국제회의 참석, 상대국 의회 방문 등을 통해 ‘의원 외교’를 활성화한다는 긍정적인 목적도 있지만, 방문 시기와 목적 등을 살펴보면 일부는 ‘외유성’ 혹은 ‘격려성’ 출장을 의심케 하기도 한다. 해외 방문이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12월과 1월, 하한기인 7월과 8월에 몰려있는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1월은 평균 해외방문 건수가 약 19회로 다른 달에 비해 가장 많았다.
여야 원내대표단의 해외방문도 있었다. 새누리당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새정치민주연합은 오스트리아·러시아·프랑스 등을 다녀왔다. 한 보좌관은 “정기국회가 끝나면 서로 ‘수고했다’는 차원에서 상임위 별로 해외 출장을 간다”고 귀띔했다. 방문 목적과 일정 등을 상세히 기록해 국회사무처에 제출하게 돼 있는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는 비율이 61.7%에 불과하다는 것도 ‘외유성 출장’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총 283건의 해외 방문 중 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175건에 불과했다. 5건은 대외비나 비공개로 아예 제출을 거부했고, 나머지는 제출 여부도 밝히지 않고 있다.
윤정아·손우성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