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처리 현황>“제2 IMF 수준 위기인데… 野, 딴나라 의원처럼 경제 다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촉구 노동개혁청년네트워크 소속의 한 여성 회원이 2일 국회 앞에서 열린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청년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 “野 위기불감증”

사업재편 지원할 기활법
“재벌승계용 법안” 주장만

청년 일자리 창출에 필수
노동개혁·서비스법 표류

“구조개혁 없인 대형 위기
野 현실무시 반대 중단을”

경제 성장 동력이 약화하고 있는 위기에 대응해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시급한데도 야당이 발목을 잡는 바람에 경제계가 발을 구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최근의 한국 경제를 두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때와 유사하다”고 경고하는 상황이다.

3일 국회와 경제계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에 여야는 2016년도 예산안과 일부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경제 회생에 필수적인 다른 법안들은 뒤로 미뤘다. 주요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꼽히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과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그리고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호법·기간제법·파견법 개정안)은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임시국회에서 합의로 처리한다는 모호한 약속만을 남긴 상태다. 국회 법안 통과를 지켜본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야당은 마치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말하고 있다”며 “기활법이나 노동개혁 관련법들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고 표류 중인 기활법은 공급과잉 업종의 사업 재편을 위한 절차 간소화와 지원을 핵심으로 한 법안이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부실이 우려되는 업종의 기업들이 사업 재편을 서둘러 사전 부실화를 막고 주력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야당은 “재벌 승계를 위한 법안”, “대기업 특혜법”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정부관계자는 “재벌 악용을 막기 위해 야당이 요구한 각종 조치를 취했는데도, 대기업을 법 적용 대상에서 빼라고 한다”며 야당의 ‘몽니’를 꼬집었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 5년째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역시 서비스업의 범위를 정하고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는 성격이어서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수적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노동개혁 5개 법안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명료화, 실업급여 강화, 출퇴근 재해 산재 인정,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한 연장, 파견업무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데, 해당 상임위에 상정만 됐을 뿐이다. 청년층의 고용절벽을 막고 저성장으로 위기에 몰린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둘러 입법이 이뤄져야 하지만, 노동계의 압력으로 야당이 법안소위에 올리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야당의 경제 현실을 무시한 처사에 대해 ‘제2의 IMF 구제금융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올해가 지나면 내년도 상반기 총선, 하반기 이후는 대선 모드로 정치권이 돌아가게 돼 경제활성화법 처리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