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판소리와 체코 인형극 ‘융합’

체코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한국시간 3일 오전) 프라하에서 문화 행사의 일환으로 양국이 공동 제작한 인형극을 관람하고 무대 위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양국이 갖고 있는 문화의 강점과 전통이 융합된다면 앞으로 새로운 작품, 또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세계 무대에 함께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 직후 시내에 있는 체코 국립인형극장을 찾아 인형극 ‘다락에서’를 지켜봤다. 판소리 ‘수궁가’가 울려 펴지는 가운데 체코의 전통인형 ‘마리오네트’(실로 매달아 조작하는 인형극)가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다. 사랑과 친구, 따뜻한 인생, 편견과 오해의 극복 등을 소재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다락방에서 인형들이 살아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암탉과 수탉이 등장해 갈등을 겪다가 ‘사랑이 있으면 오해는 풀린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판소리 수궁가에서 착안해 물속에 사는 자라와 육지에 사는 토끼가 서로에게 갖고 있는 편견을 판소리로 풀어나가기도 한다. 2014년 국제인형극협회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문수호 씨가 연출과 극작을, 체코 아티스트인 얀 클라스가 음악과 인형조정을 맡았다. 국립체코공연예술대학원에 재학 중인 노은실 씨가 수궁가를 불렀다. 인형극에 앞서 국립체코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국악원은 ‘아리랑’과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를 협연했다.

박 대통령은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위로 나가 “한국의 전통 스토리와 체코의 인형극이 만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든 것을 보면서 양국이 힘을 합하면 문화 창조의 잠재력이 크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체코는 인형 왕국의 전통이 있는 나라고, 한국은 K-팝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양국의 창작자들이 만나 좋은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문화를 통해 양국 국민들이 마음을 나누길 바란다”고 밝혔다.

프라하 =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