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위기’ 몰린 노동개혁法>논의조차 실종된 노동개혁法 … 여야‘예산잔치’후 나몰라라?

여야 접촉 사실상 스톱
與는 “방법없다” 무기력

정기국회 일정 사흘남아
올해 넘기면 총선체제로
노동5法 자동폐기 우려

與 임시국회 연다지만…
野 일정합의 여부 불투명

여야는 오는 9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임시국회를 열어 노동개혁 5개 법안 등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동개혁 5개 법안에 대한 여야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데다 각 당이 총선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돼 노동개혁 법안 처리가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이라는 지렛대를 놓친 새누리당으로선 국민 여론 외에 야당을 압박할 마땅한 무기도 없는 상황이다. 12월 임시국회에서도 노동개혁 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4월 총선 등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이번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자동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일 현재 노동 5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가동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여야 간사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원내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렛대가 예산안밖에 없지 않았냐. 예산안을 노동 5법과 묶어서 9일쯤 처리했으면 했는데 그렇게 안 됐다”며 “이제 야당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무슨 방법이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지난 2일 여야 합의문엔 처리 시기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임시국회’라고만 적혔는데, 이를 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은 10년 뒤 임시국회를 생각한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9일 정기국회가 종료된 직후 바로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야당은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의사일정은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법 논의는 할 수 있지만 합의가 안 되면 처리도 없다는 것이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여당이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하더라도 그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논의할지 의사일정은 별도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노위는 여야 위원이 8대8로 동수이고 위원장도 야당이 맡고 있다. 법안소위 역시 5대5로 여야 동수다. 야당이 반대하면 처리가 불가능하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정치적 이해타산이나 진영 논리 등 낡은 프레임에 묶여 법안 처리를 거부한다면 비정규직과 미래 세대에게 돌이키지 못할 과오를 범하는 것”이라며 “야당은 개혁을 원하는 근로자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고 논의의 장으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정기국회 내 합의 처리키로 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들도 논의 시작도 못 하고 있어 정기국회 내 처리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과잉공급업종에 해당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 등 사업 재편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기활법을 두고, 여야는 적용 대상에 대기업을 포함하느냐 여부 등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