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위안부 유네스코 등재 ‘신청 보류’ 합의했다”

日지지통신 韓·日회담 보도
외교부 “사실과 다르다”

요미우리 인터넷 보도
“역풍 우려 한국측 요구로
합의내용 문서작성 안해”

한·일 양국 정부가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불가역적 합의’에 이르렀으며 위안부 관련 자료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일본 측의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국제 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비방을 자제하기로 한 만큼 등재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9일 지지(時事)통신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8일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하면서 위안부 자료 유네스코 유산 등재 신청을 보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한국 측의 의향에 따라 (한·일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외무상도 이날 서울에서 기자회견 후 일본 기자단에 “한국이 (등재) 신청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 관계자는 “(기록유산 등재신청은) 기본적으로 민간 주도로 진행되는 것이라 정부가 관여할 수 없고 여성가족부도 민간을 지원하는 수준으로 추진해온 것”이라며 “이것을 양국이 (신청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 같은 합의설에 대해 “그런 내용이 합의된 바 없고, 사실과 다르다”면서 등재신청 관련 입장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날 한·일 외교장관의 합의 내용이 공동 문서로 기록되지 않은 것도 한국 측의 요구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인터넷판 기사에서 한·일 외교 관계자를 인용, “한국 국내 여론의 동향을 우려하는 한국 측의 요구로 인해 (문건 작성은) 최종적으로 보류됐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외무상과 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구두로만 합의 사항을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다. 또 일본 언론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과의 협의에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라는 조건을 강하게 고집하며 이런 문구가 합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교섭을 그만두고 돌아오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한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공식 논평을 통해 “우리는 용기와 비전을 갖고 이번 합의를 도출해낸 한·일 양국 정상에 박수갈채를 보낸다”며 “우리는 경제와 안보협력을 비롯해 지역과 글로벌 이슈에 있어 양국이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가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국무부 고위당국자도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만큼이나 중대한 합의”라며 “한·일관계의 새로운 장(章)을 연 이정표”라고 말했다.

박준희·유현진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