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표류하다 사라진 ‘통비法’ … 또 외면당하는 국가安保

휴대전화 감청 허용 골자
더민주 “인권침해” 반대
새누리도 처리의지 약해

법안 발의한 박민식 의원
“테러방지법과 함께 처리”
해 넘기면 자동폐기 위기

3대 국회에 걸쳐 만 10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이 19대 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가 쟁점 법안을 추려 협상을 벌이는 중에도 통비법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인권 침해를 우려한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의 반대는 여전하고 새누리당 역시 법안 처리에 강한 의지를 내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9대 국회에서 통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29일 통화에서 “(통비법보다 이견이 상대적으로 적은) 테러방지법도 여야 합의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통비법은 아예 논의도 못 하고 멈춰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사실 테러방지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려면 테러리스트들의 손발을 묶는 통비법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FIU법), 사이버테러방지법이 함께 처리돼야 한다”며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더라도 2월 임시국회나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라도 19대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계속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비법은 19대 국회에서도 국민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는 새누리당과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는 더민주당이 팽팽히 맞서다 지난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한차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한 뒤 한 달 넘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여야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쟁점 법안 목록에도 통비법은 제외돼 있고 해가 바뀌면 국회의원들이 ‘총선 모드’에 돌입할 게 불 보듯 뻔해 사실상 19대 국회에서도 법안 폐기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 의원과 서상기 의원 등이 발의한 통비법 개정안은 통신사의 감청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박 의원은 “현재 선진국 중 휴대전화 감청을 못 하게 하는 나라는 없는데 우리는 통신사의 감청장비 설치가 의무화돼있지 않아 감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사생활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 흉악범, 테러리스트를 잡기 위해 정보기관이 제대로 정보 수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비법은 17대 국회부터 만 10년째 국회에 계류와 자동 폐기를 반복하고 있다. 17대 국회에서는 2005년 11월 정형근 전 의원이 처음 발의했지만 회기가 종료되며 폐기됐고, 18대 국회에서는 이한성 의원이 발의했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청 관련 법안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4.6%에 달했고, 통신업체가 감청 관련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는 답변도 64.9%였다.(문화일보 12월 2일자 1·6면 참조)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