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경제 新삼국지>中·日 ‘錢해전술’에 대응할 ‘실탄’ 부족… 속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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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비율 40.1% 고수 위해
위기때 재정확장정책 펴기 난감
美 금리인상땐 韓도 인상 불가피

中·日 수출 타격-저유가 여파땐
한국경제 ‘최악 시나리오’ 봉착
사업재편 등 특단대책 강구해야

‘어디로 가야 하나?’

미국발 금리 인상 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이 앞다퉈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샌드위치처럼 끼여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재정과 통화정책을 통한 ‘돈 풀기’를 거듭하면서 한국은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지만 대내외적인 경제 사정상 중국과 일본을 따라 할 수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총지출)은 지난해 본예산에 비해 2.9% 증가한 386조4000억 원이다. 올해 예산 증가율 2.9%는 2010년(2.9%)과 동일하며, 정부가 통계를 내놓고 있는 2006년 이후 가장 낮다.

정부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효과가 올해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올해에도 ‘재정충격지수’는 플러스라고 밝히고 있다. 재정충격지수란 정부가 의도한 재량적 재정 수입과 지출만을 추출해 전년도와 비교를 통해 재정정책의 기조를 판단하게 해주는 지표다. 재정충격지수가 0보다 크면 정부가 전년과 비교해 재정을 경기 확장적으로 운용한다는 의미이고, 0보다 작으면 전년보다 긴축적으로 재정을 운용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 재정충격지수가 플러스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큰 수준은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올해 웬만한 위기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추경 등 재정확장정책을 제때 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올해 예산 증가율을 2.9%로 묶은 가장 중요한 이유가 국가채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전망치)을 40.1%로 묶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지 않는 한 정부가 추경을 하겠다고 나설 명분이 별로 없다.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측면에서 살펴봐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 금리는 1.50%다. 미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제로 수준(0∼0.25%)이던 정책 금리를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해도 미국의 정책 금리는 시기와 폭이 문제일 뿐 오를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이 정책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즉각 기준 금리를 따라 올릴 이유는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 금리가 높아지면, 우리나라 기준 금리도 시간문제일 뿐이지 따라서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 격차가 지나치게 축소될 경우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해외 자본이 무더기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발 정책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파’를 완화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이 완화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해 ‘돈 풀기’에 나서고, 그 결과가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겪었던 것보다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저유가로 산유국과 신흥국의 경제 위기까지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봉착할 것으로 우려된다.

요컨대 대외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대내적으로 확장적인 재정정책이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쓰기가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비유하자면, 적이 강력한 공격을 퍼붓는 상황에서 수비할 만한 ‘총알’까지 떨어진 격이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급박한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에는 재정 및 통화정책 등을 동원해 응급조치를 하겠지만, 그런 상황이 왔다는 것은 한국 경제가 이미 ‘치명타’를 입었음을 의미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한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위기 상황을 극복할 만큼 실탄이 충분치 않은 상태”라며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샌드백 신세가 돼 버린 우리나라 기업이 사업 재편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