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남의 ‘금지구역Ⅰ’, 英 테이트 콜렉션에 선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 여성주의 작가
어머니·환경 등 주제 활동
세계 권위 미술관서 인정

“아주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으로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의 대표 여성주의 작가로 회화, 조각, 설치 등 여러 분야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펼쳐온 윤석남(77·사진) 작가의 작품이 영국테이트미술관 콜렉션에 선정됐다. 학고재갤러리는 6일 전속작가인 윤 작가의 작품 ‘금지구역I’(큰 사진)이 2015년 영국 테이트미술관 콜렉션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1987년 헨리 테이트 경에 의해 설립된 테이트미술관은 100여년 동안 영국 국립미술관 역할을 하며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윤 작가는 테이트미술관 콜렉션으로 자신의 작품이 선정된 배경에 대해 “여성작가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여성주의 운동을 하며 작업을 해온 정황에 주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그동안 여성, 어머니, 환경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여왔으며 1985년 활발한 활동을 벌인 민중미술 조직 ‘시월모임’ 회원이기도 했다. 또 재단법인 서울여성,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을 태동시키고 페미니스트 잡지 ‘이프’의 초대 발행인을 맡기도 했다.

이번 테이트 컬렉션에 포함된 설치 미술품 ‘금지구역I’은 작가 자신과 역사 속 여성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성의 욕망과 근대화의 물질적 가치의 괴리에서 생기는 치열한 갈등과 모순을 의자와 의자 위의 철판, 목재 여성상 등으로 표현했으며, 구역을 가르는 밧줄 선을 통해 남성 중심 사회 속 한국 여성의 현실과 위상을 꼬집고 있다.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40대에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그래픽 센터와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공부를 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윤 작가의 부친은 소설가, 극작가, 영화감독이었던 윤백남(1888∼1954)선생으로 한국 최초의 극영화 ‘월하의 맹서’를 촬영한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미술계에서는 40대에 작업실을 갖추고 화단에 발을 내디딘 윤 작가를 역시 늦깎이 데뷔한 소설가 고 박완서에 빗대 ‘미술계의 박완서’로도 부른다.

윤 작가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이중섭미술상을 받았고,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이어 1996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특별전과 2014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다. 2015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김세중조각상을 수상했다. 수원에 작업실을 두고 거주지인 서울을 오가며 여전히 왕성하게 작업 중인 윤 작가는 “여성의 현실에 계속 관심을 가지면서 동시에 인간의 이기적 욕망에 의해 파괴돼 발생하는 환경문제도 앞으로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