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직업병’ 협상 타결>3者, 재발방지책 사회적 합의… 보상·사과도 마무리 국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8년 만의 합의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김지형(왼쪽 두 번째) 조정위원장과 함께 백수현(왼쪽) 삼성전자 전무, 송창호(〃 세 번째) 씨, 황상기 씨 등 조정의 세 주체 대표들이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재해예방대책 조정 합의문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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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위원회 구성 합의
위원장 이철수 서울대 교수
화학·유해물질 전수조사 뒤
개선안 제시·이행점검 역할

보상·재발방지 등 예산 배분
추가 발병자 보상문제 과제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조정협상의 세 주체인 삼성전자 측과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가 12일 예방대책에 대해 합의한 것은 8년간의 지난한 갈등을 딛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자 간의 갈등은 지난 2007년 반도체 공장 근로자 황유미 씨의 사망으로 촉발됐다.

이번에 3자는 조정위원회의 틀에서 ‘옴부즈맨(ombudsman)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옴부즈맨위원회는 예방대책과 관련해 종합진단과 개선안을 제시하고 이행을 점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조정위의 의제는 △보상 △사과 △예방대책 등 3가지다. 이 가운데 보상과 사과는 삼성전자 측과 가대위가 구성한 보상위원회에서 마무리되는 국면이어서, 이번 예방대책 합의로 3가지 의제 모두 ‘사실상 타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강경한 입장의 반올림이 여전히 “사과와 보상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고 주장하며 추후 농성계획을 밝히고 있다. 반올림은 피해를 봤다고 밝히는 사람들에 대해 모두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올림은 피해 제보자가 200명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익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흡곤란증, 우울증 등 관련성을 발견하기 힘든 질병까지도 ‘배제 없이’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과 가대위는 이날 “세 주체 간에는 더는 협상할 사항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현재 보상신청자 150명 가운데 100명 이상에 대해 보상금과 사과문이 전달된 상태다.

이번 합의는 첨예한 견해차를 보이던 세 주체가 조정위의 틀을 끝까지 유지하려 노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조정위가 지난해 7월 삼성전자가 1000억 원 기금을 마련해 이 중 700억 원은 피해자 보상, 300억 원은 공익법인 운영에 사용하라고 권고한 부분을 놓고 심각한 대립 양상을 보여왔다.

3자가 합의를 한 ‘옴부즈맨위원회’는 지난해 7월 조정위가 권고한 ‘옴부즈맨위원회’와는 방식과 내용이 다소 다르다. 당시 조정위는 조정권고안에서 공익법인이 선정·위촉하는 전문가들이 옴부즈맨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번 합의에서는 조정위가 옴부즈맨 위원장을 선임하도록 했다. 옴부즈맨 위원장은 세 주체 모두의 동의를 얻어 노동법 전문가인 이철수 서울대 법대 교수를 선임했다.

옴부즈맨위원회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에서 역학조사 등 종합 진단을 벌인 뒤 그 결과를 토대로 개선안을 제시한다. 또 개선안이 실제로 이행됐는지 점검까지 하게 된다. 여기에는 사업장에서의 화학물질과 유해물질에 대한 전수조사 등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 주체 간 큰 산은 넘었지만,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반올림의 협상대표이자 이번 논란의 최초 발단이 된 황상기 씨 등 반올림과 연계된 10여 명이 계속 보상을 거부하고 투쟁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조성한 1000억 원 가운데 보상과 재발방지에 어느 정도 예산을 어떻게 배분할지, 추가 발병자가 나올 경우 보상을 어떻게 할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