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이야기>맨얼굴? 민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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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맨얼굴, 3년 된 학과 폐지…방학 중 결정·통보

사원 방문 시 반바지나 맨소매 차림만 아니라면 내부 관람도 가능하다.

첫 졸업생도 배출하지 못한 모 대학의 신생 학과가 구성원 간 합의 과정도 없이 3년 만에 폐과 절차를 밟으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데요. 첫째 인용문의 ‘맨얼굴’은 ‘민얼굴, 민낯’으로 고쳐야 합니다. 민얼굴, 민낯은 꾸미지 않은 얼굴, 화장하지 않은 얼굴을 뜻하지만 인용문에서처럼 사전적 의미를 뛰어넘어 어떤 사람이나 조직의 실체를 비유적으로 가리키기도 합니다.

둘째 인용문의 ‘맨소매’ 또한 ‘민소매’로 고쳐야 하는데요. 여기서 ‘민’은 원래의 것을 돋보이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 갖추어져 있지 않거나 다른 것에는 있는 것이 없음을 나타내는 접두사입니다. ‘민얼굴’에서는 ‘꾸미지 않은’의 뜻으로, ‘민소매’에서는 ‘그것(소매)이 없음’의 뜻으로 쓰였어요. 아무 꾸밈이 없는 물건은 민짜, 아무 무늬가 없음은 민무늬라고도 하지요.

‘맨’은 ‘다른 것이 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뭔가를 갖추지 않은 상태를 나타내는데요. 맨눈(안경이나 망원경, 현미경 따위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보는 눈), 맨손(아무것도 끼거나 감지 않은 손), 맨주먹(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빈주먹)처럼 쓰입니다. 비유적으로 맨손 신화, 맨주먹으로 일군 기적처럼 좋은 배경이나 주변의 도움 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업인들을 설명할 때 많이 쓰이지요.

매일같이 쓰는 그릇이나 집 안의 벽지 등에 현란한 무늬나 화려한 색상이 들어가 있다면 오래가지 않아 싫증 나기 십상일 텐데요. 이럴 때 민짜 그릇과 민무늬 벽지 등의 소박함이 더 값지게 느껴지지요. 일본어에서 유래된 무지(無地)보다는 민무늬, 민짜가 더 많이 쓰이기를 기대합니다. 꾸밈이 없어서 좋은 건 물건보다 사람이 더하지 않을까요.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